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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유통업계, 동행세일 첫 날…직원·고객 “그게 뭐예요?”


입력 2021.06.24 15:42 수정 2021.06.24 16:45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올해 2회차…“정부 주도, 내수 활성화 목적”

요란한 시작과 달리 현장 반응 싸늘·시큰둥

백화점 직원·방문객 인지도↓…혜택도 낮아

서울의 한 백화점에 동행세일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임유정 기자

“동행세일이요?”


24일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30대)씨는 “동행세일 기간임을 알고 방문했냐”는 기자를 향해 이렇게 반문했다. 그는 “오늘 연차라 맛집을 방문하기 위해 왔는데 그런 행사를 하냐”며 “그게 뭐냐”고 기자에게 재차 되물었다.


정부는 유통업계와 함께 내수 활성화를 목적으로 ‘대한민국 동행세일’을 진행한다. 이날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는 주요 유통업체들이 대거 참여한다. 온라인 6대 유통사는 물론 TV홈쇼핑, 전국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이 참여해 최대 80% 할인·판촉 행사를 전개한다.


올해 동행세일은 지난해보다 더욱 많은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와 지방자치단체 온라인몰, 라이브커머스 업체가 참여해 판로가 대폭 확대됐다. 동행세일에 참여하는 전통시장도 1700곳으로 지난해 행사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요란한 시작과 달리 첫날 현장 반응은 싸늘했다. 이날 오전 11시쯤 곳곳에는 쇼핑과 맛집을 즐기기 위해 오가는 고객들로 붐볐지만 동행세일 기간 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안내 현수막이나 홍보물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이때문인지 행사 자체를 모르는 쇼핑객이 대다수였다.


'동행세일'이라는 거창한 이름과 달리 참여 브랜드와 할인폭도 한 눈에 찾아보기 어려웠다. 2시간 동안 안내판 하나 겨우 찾아볼 정도였다. 가뜩이나 연중 할인 행사와 1년 365일 ‘세일’ 타이틀에 질린 소비자의 구미를 당길만한 포인트 역시 부족하다는 점에서 행사 취지에 물음표를 남겼다.


직장인 최모(30대)씨는 “연차라서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기 위해 방문했는데, 동행세일이라는 것을 오늘 처음 들어봤다”며 “소비촉진을 목적으로 한다면 일반 백화점 행사와 혜택이 어떻게 다른지 소비자에게 어필을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많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날 만날 대부분의 백화점 직원들도 동행세일에 대해 알지 못했다. 한 패션매장 직원은 “동행세일에 대해 본사로 부터 안내 받지 못했다”며 “현재 일부 품목에 대해 10~20% 시즌 오프 행사는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소비 진작을 목표로 ‘손 비틀어’ 참여 시킨 행사다. 쉽게 말해, 업체들의 자발성이 떨어진다”며 “사실상 여름 7~8월은 휴가 시즌으로 소비가 크게 줄어드는 쇼핑 비수기에 해당돼 프로모션을 활발하게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취지 자체는 정말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정부에서 마케팅 판을 깔아주고, 유통업계에서 이벤트로 집객을 하고, 제조업체들은 미리 준비해서 싸게 만들고 되게 이상적인 구조이지만, 이들 주체 모두 현재 열심히 하지 않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통업계 비자발적 참여는 곧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미국의 대표적 세일 행사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제조사의 자발적 참여가 활발하다. 많은 제조사가 재고 상품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판매하는 문화가 정착돼있다. 80~90% 할인과 같은 파격적 정책이 나올 수 있는 이유다.


동행세일 첫 날, 서울의 한 백화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임유정 기자

오후 2시쯤 인근에 위치한 대형마트로 발길을 옮겼으나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동행세일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포스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매장 안에는 카드를 끌고 장을 보는 고객만 간간이 오갈 뿐 동행세일에 따른 들뜬 분위기를 감지하긴 어려웠다.


다만 이날 방문한 마트에서는 신선, 가공 등 먹거리 상품뿐 아니라 여름 시즌상품까지 대대적인 할인 행사에 나서고 있었다. 특히, 본격적인 무더위를 앞두고 선풍기 등 여름 가전행사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동행세일에 따른 행사인지는 여름 휴가철을 위한 행사인지 구분하긴 어려웠다.


주부 임모(30대)씨는 “오는 7월에 아이들 방학을 앞두고 있어서 할인하는 김에 수영복이나 하나 사갈까 했다”며 “동행세일이 구체적으로 어떤 혜택이 있는지 대대적으로 홍보를 해야 소비자들도 취지에 공감을 하고 지갑을 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 판로정책과 사무관은 “정확한 예산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동행세일을 홍보하기 위해 시작 열흘 전부터 온·오프라인 다양한 홍보를 이어왔다”며 “티비광고는 물론 옥외 전광판, 지하철 스크린 도어 등을 적극 활용했다. 행사가 끝날 때까지 소비 촉진을 위한 캠페인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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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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