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시장 주민소환 사전투표 25~26일, 본투표 30일 실시
일방적 정책 추진 '후폭풍'…주민·지자체가 고스란히 떠안아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에 주택을 짓겠다는 계획이 무산됐지만, 지자체와 주민들의 갈등의 골은 메워지지 않고 있다.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주택공급 숫자에만 치우친 일방적 정부 정책에 과천시와 주민들 모두 희생양이 됐다는 지적이다.
24일 과천시 등에 따르면 오는 25일 오전 6시부터 김종천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사전투표가 시작된다. 사전투표는 25~26일 이틀간 진행되며 본투표는 오는 30일이다.
주민소환투표에 참여하는 주민은 총 5만7286명이며 이 중 3분의 1인 1만9096명이 투표해 과반이 찬성하면 김 시장은 시장직을 상실하게 된다.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개표 없이 투표는 부결된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8·4대책에 국유지인 청사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겠단 계획을 발표하면서 비롯됐다. 시민들은 "과천의 허파에 대규모 주택을 짓는 것에 반대한다"며 거세게 반발했고 이를 저지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김 시장 주민소환 절차에 돌입했다.
계속되는 갈등으로 정부는 결국 이달 초 해당 부지에 주택공급을 하지 않는 대신, 과천시가 제안한 대체지를 활용해 당초 계획한 4000가구보다 많은 43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과천시는 정부의 공급계획이 철회된 만큼 주민소환 사유가 소멸했다는 판단이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국토부에서 "공급계획 철회가 아닌 변경"이라는 입장을 냈기 때문이다.
현재 시민들 사이에선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4000가구 주택공급을 재개, 총 8300가구 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8·4대책 당시에도 주민들과의 공청회 한번 없이 개발 계획을 내놨던 것처럼 얼마든지 번복할 수 있다는 거다.
김동진 주민소환추진위 대표는 지난 23일 진행된 옥내합동연설회에서 "청사유휴부지 주택사업은 완전히 철회되거나 취소되지 않았으며 대체부지로 변경된 것 뿐"이라며 "과천을 베드타운으로 만들게 내버려 둘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해 지자체와 시민들의 소모적인 갈등만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자칫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모습으로 비칠까 우려해 '철회가 아닌 변경'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되레 논란만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사부지를 둘러싼 내홍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다른 신규택지 공급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만 재차 강조하고 있다.
이에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과천·의왕)은 이날 국토교통부에 청사부지 주택공급에 대한 계획을 서면 질의했다. 불필요한 갈등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다.
이 의원은 "국토부로부터 8·4대책에 따른 과천청사 부지 활용은 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라며 "(청사부지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과천시와 긴밀히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제까지 공급이 충분하다며 전방위적 규제책만 내놓던 정부가 뒤늦게 정책 방향을 선회하면서 지자체와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게 화근이 됐다"라며 "급할수록 돌아가라는데 '숫자놀음'식으로 설익은 정책만 쏟아내다 보니 체한 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민소환이 불발되더라도 지자체와 시민들의 갈등이 봉합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며 "청사부지 활용방안 논의는커녕 정부의 대체지 주택공급 역시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