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레터’ 멜로 감성 늘 꿈꿨다”
“지금의 연기가 가능한 건 쌓아 온 전작들이 있었기 때문”
‘마인’의 정서현은 효원가의 중심축 역할을 할 만큼 강인한 인물이지만, 김서형은 그의 멜로 감성에 더욱 끌렸다. 오랜 시간 꿈꿔온 멜로를 ‘마인’을 통해 실현할 수 있었다며 만족한 김서형은 앞으로도 틀을 깨는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마인’은 세상의 편견에서 벗어나 진짜 ‘나의 것’을 찾아가는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효원그룹 첫째 며느리 정서현을 연기한 김서형은 ‘마인’이 재벌가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이면서도,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 것에 특별함을 느꼈다.
“주인공 희수와 서현은 물론 주 집사부터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각자 자리를 찾아갔다. 시작 때부터 이야기했었다. 두 여자의 이야기기도 하지만, 효원가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니 다양한 캐릭터를 잘 지켜봐 달라고 했었다. 전개가 실제로 그렇게 흘러갔다.”
물론 효원가 리더 역할을 소화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효원그룹 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야 하는 역할이었지만 정서현은 감정을 누르는 것이 더 익숙한 인물이었고, 자칫 디테일을 놓치게 되면 톤이 일관돼 지루함을 유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재벌가를 대하는 정서현의 태도가 일관되면, 전개 내내 비슷해 보일 것 같더라. 정서현의 위압적인 태도 하나만 표현하면 16부까지 끌고 가기가 너무 힘들 것 같았다. 정서현이 대하는 사람마다 변주를 줘보자고 생각했다. 정서현은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이보영과 박혁권 등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고민을 안고 현장에 가곤 했지만,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답이 나올 때도 있었다. 남편 진호에게 커밍아웃을 하는 장면에서도 박혁권의 담백한 연기에 맞춰 자연스러운 리액션이 나왔고, 이에 한층 멋진 장면이 탄생할 수 있었다.
“상대 배우들이 잡아 온 연기와 맞춰가는 과정에서 충분히 교감을 했다. 나 혼자 끙끙 앓아서는 될 일이 아닌 것 같다. 말로는 표현하기가 힘든, 그게 호흡인 것 같다. 숙제가 될 수 있었던 부분들이 잘 해결이 됐다. 다들 연기 잘하시는 분들이지 않나. ‘케미’가 정말 금방 쌓인 것 같다.”
정서현이 알고 보니 수지 최(김정화 분)를 사랑하는 동성애자였다는 설정도 김서형에게는 남다르게 다가왔다. 늘 멜로 연기를 꿈꿔왔다는 김서형은 “‘마인’은 멜로라 좋았다”고 거듭 언급하며, 새로운 연기에 대한 갈증을 드러냈다.
“늘 영화 ‘러브레터’에 나오는 캐릭터가 너무 좋았다. 청순한 매력도 있고, 1인 2역이라는 설정도 있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개가 되는 데도 멜로가 가능하지 않나. 이번에 멜로를 해 봐 속이 시원하다. 늘 연기를 할 때 좋으면서도 힘든 부분이 있는데, 이번에는 힘든 게 힘들지 않고 너무 좋았다. 진심이다.”
일부는 동성애라는 설정이 파격적이라고 말하지만, 이 역시도 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저 정서현과 수지 최, 두 사람의 감정을 제대로 납득시키는 것에만 집중했고 이 부분만 이해되면 나머지는 저절로 해결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연기를 통해 그 감정을 납득시키면 이슈가 될 일이 아니다. 두 사람의 절절함이 연기로 표현이 되면 그게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시도를 열게 하신 건 작가님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를 비롯해 다양한 플랫폼에서 동성연애자들의 사랑을 봐왔지 않나. 이슈가 될 일은 아니라고 여겼다. 대본을 보고 ‘올 것이 왔구나’라는 마음으로 마음껏 연기로 승화시켜보고 싶었다. 서현의 마인을 찾기 위한 소스로만 풀 수 있는 이야기도 절대 아니었다. 진지하게 다가갔다.”
강인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일명 ‘센 캐릭터’들이 주를 이루는 것이 아쉬울 때도 있지만, 그런 과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멜로도 없었을 것이라고 믿었다. 앞으로도 자신의 연기, 캐릭터를 확장시키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는 김서형이 다음에는 또 어떤 캐릭터로 시청자들을 찾을지 기대된다.
“예전에는 원하는 캐릭터를 만나고자 일부러 손가락을 빨고 살던 적도 있다. ‘작품을 골라야겠다’가 아니라, 내가 지키고자 하는 것들이 있을 때까지 기다린 적도 있다. 그러다가 ‘스카이 캐슬’도 만난 것 같다. 그 역시도 그전에 ‘자이언트’, ‘셀러리맨 초한지’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한 번에 좋은 작품을 만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의 연기를 할 수 있게 한 건 쌓아 온 전작들이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