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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밥상물가에 배달음식까지...“집밥도 부담스럽다”


입력 2021.07.29 06:07 수정 2021.07.28 15:08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상반기 농축수산물 물가지수 30년 만에 최고 수준

국제곡물가 상승에 국내 가공식품 잇따라 가격 인상

배달비용 음식값에 전가…“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

농축수산물 가격이 연일 치솟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코로나 때문에 외식을 거의 못하고 있지만 식료품 가격이 워낙 많이 오른 탓에 식비 지출은 큰 차이가 없네요.”


치솟는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계란을 비롯해 돼지고기, 채소 등 주요 식재료 가격이 껑충 뛴 상황에서 각종 가공식품은 물론 코로나19로 수요가 급증한 배달음식까지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 상반기 농축수산물 물가지수는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12.6% 상승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1991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 초 대란을 일었던 대파부터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계란 그리고 마늘, 고춧가루, 사과 등 주요 농축수산물 가격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최소 20% 이상, 최대 3배 이상 인상됐다.


여기에 밀, 옥수수, 대두 등 국제곡물 가격 상승도 지속되면서 가공식품 가격도 일제히 인상되고 있다.


오뚜기가 13년 만에 라면 가격 인상에 나선 가운데 스팸, 참치캔, 두부, 즉석밥, 식용유, 음료 등 주요 가공식품 가격도 일제히 상승했다.


당장 8월부터는 우유 원유 가격이 기존 926원에서 947원으로 ℓ당 21원 오른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우유, 빵, 커피, 과자,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가격도 덩달아 오르기 때문에 8월에도 가격 인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로 외식을 자제하고 집밥을 먹는 수요가 늘었지만 식비 지출은 오히려 코로나 이전에 비해 더 늘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주부 박모씨는 “보통 돼지고기는 여름 휴가철에 많이 먹기 때문에 가격이 오른다고 알고 있는데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휴가도 잘 못 가는데 가격은 오히려 더 비싸다”면서 “외식을 못하는 상황이지만 식비는 외식을 자주 하는 것만큼 나간다”고 전했다.


실제로 28일 오후 기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삼겹살 가격은 100g 당 2790원으로 2200원 수준이었던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약 27% 가량 올랐다.


라이더들이 배달을 준비하고 있다.ⓒ뉴시스

배달음식 가격도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배달 음식 시장은 20조원 규모로 최근 3년 새 6배 이상 커졌다. 특히 작년 코로나19를 계기로 외식 수요가 배달음식으로 옮겨가면서 관련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단건 배달 등 배달앱 간 치열해진 경쟁 여파도 소비자 밥상물가를 높이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기존 한 번에 여러 건을 배달했던 것에 비해 라이더가 한 번에 한 건만 배달하다 보니 낮아진 수익성 보전을 위해 건당 배달비용을 높인 탓이다.


그렇다 보니 음식점주가 부담해야 하는 배달비가 많아지고 점주는 이를 음식값에 전가하면서 결국엔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게 되는 구조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씨는 “자주 가는 동네 김밥집에서 배달 주문을 하는데 김밥 당 500원에서 1000원 정도 가격이 비쌌다”면서 “같은 제품인데 배달한다고 더 비싸게 받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배달비용을 점주와 소비자가 나누는 것이라면 건당 얼마씩 붙여야 맞는 것이지 메뉴마다 가격을 올려 받으면 결국엔 소비자가 배달비용 이상을 부담하게 된다. 사실상 가격인상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지역 커뮤니티에는 비슷한 사례에 대한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초기 패스트푸드 업계가 배달비를 적게 받거나 받지 않는 대신 메뉴가격을 올려 받았던 움직임이 이제는 전 배달음식으로 확산됐다는 지적이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변모씨는 “지난 주말 가족 모임이 있어서 배달앱으로 모듬회를 주문했는데 매장 보다 5000원이 비싼데다가 배달비 4000원을 더 부담하다 보니 같은 음식이지만 거의 1만원을 더 주고 먹을 꼴이 됐다”면서 “더운 날 고생하는 라이더들의 고충도 이해는 가지만 이를 소비자한테 모두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편 식품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식품 가격 인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곡물 가격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작년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주요 원자재 가격이 실제 밥상 물가에 반영되는 시차를 감안하면 본격적인 체감 물가 상승은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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