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의 귀재 SM그룹, 자금력 및 인수 후 경영정상화 노하우 강점
에디슨모터스, 최고급 승용 전기차 '스마트S' 양산 등 비전 강점
쌍용자동차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투자자가 9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예상 외의 ‘큰손’이 인수전에 참전하면서 회생 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 이후 경영정상화를 꿈꾸는 쌍용차의 미래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쌍용차와 매각 주간사 EY한영회계법인은 지난달 28일 기업 M&A 공고 후 30일까지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이미 언론을 통해 인수의향을 밝힌 잠재적 투자자를 포함해 국내외 총 9개의 투자자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투자자와의 비밀유지 협약을 이유로 구체적인 인수의향서 제출 기업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과거 우선협상대상자였던 HAAH오토모티브의 창업주 듀크 헤일 회장이 설립한 카디널 원 모터스와 72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38위 SM(삼라마이다스)그룹, 전기버스 전문기업 에디슨모터스, 전기 스쿠터 업체인 케이팝모터스 등이 쌍용차의 새 주인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후보군 중 가장 주목받는 곳은 단연 SM그룹이다. 그동안 쌍용차를 인수해 경영정상화까지 이끌 ‘확실한 큰 손이 없다’는 우려가 SM그룹 참전으로 해소됐다.
그동안 쌍용차 원매자로 거론되던 다른 투자자들이 모두 자금 동원력에 의문을 보여 왔던 만큼 중견그룹들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SM그룹의 경쟁력이 두드러진다.
인수 후 정상화 지원 측면에서도 쌍용차가 SM그룹에 인수되는 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SM그룹 창업자인 우오현 회장은 M&A의 귀재로 불린다. 주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들을 흡수해 계열사를 늘리고 몸집을 키워왔다.
현 SM그룹 주력 계열사인 SM상선, 대한해운, 티케이(TK)케미칼, 남선알미늄 등이 모두 M&A의 결과물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여파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여파로 무너진 기업들을 인수해 정상화시킨 노하우가 있는 만큼 쌍용차의 경영정상화를 이끌 적임자로 꼽힌다.
자동차 부품 계열사인 남선알미늄, 티케이(TK)케미칼 등 쌍용차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SM그룹 계열사들도 많다. 배터리 업체인 벡셀도 있지만 주로 알카라인 건전지나 소형 2차전지, 시동용 배터리를 생산하던 기업이라는 점에서 당장 전기차 분야와 연관 짓긴 힘들다.
에디슨모터스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키스톤PE, 쎄미시스코와 손잡고 쌍용차 인수 경쟁에 나선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쌍용차 인수를 통해 승용 전기차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쌍용차의 중장기 지속가능성 확보 차원에서 바람직한 사업 모델이다.
에디슨모터스는 현재 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 위주의 전기차를 생산·판매하고 있지만 내년 출시를 목표로 최고급 승용 전기차 ‘스마트S’를 개발 중이다. 쌍용차를 인수할 경우 기존 내연기관차 생산라인 일부를 개조해 스마트S를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에디슨모터스에 대해 제기됐던 자금동원력도 메이저 사모펀드 운용사인 키스톤PE를 끌어들임으로써 상당 부분 해소됐다.
하지만 전기차 전환 이전까지 덩치가 큰 완성차 기업인 쌍용차를 이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완성차 업체들은 당분간 전기차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 마련과 판매 과정에서의 적자를 기존 내연기관차 판매를 통해 메워야 하는 형편이다. 현재 내연기관차 판매만으로도 흑자를 내지 못하는 쌍용차가 급격한 전기차 전환의 충격을 이겨낼 수 있을지,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그때까지 자금 지원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카디널 원 모터스는 쌍용차의 최대 약점인 미국 시장 진출을 도울 수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애초에 이 회사 설립 목적이 쌍용차에서 생산된 자동차를 미국 내 딜러들에게 공급하는 사업을 하기 위함이다.
쌍용차는 그동안 내수 시장에서의 선전에도 불구, 글로벌 생산·판매망을 갖춘 현대차·기아나 모기업 제너럴모터스(GM), 르노그룹으로부터 해외 물량을 배정받는 한국GM, 르노삼성에 비해 규모의 경제에서 밀렸었다.
수출은 주로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그나마 물량도 많지 않다. 미국 시장 진출은 시작도 못했다. 카디널 원 모터스의 사업 모델이 성공을 거둔다면 쌍용차는 상당 규모의 신규 수출 물량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다만 쌍용차 회생절차 돌입 전 우선협상대상자였을 당시부터 제기된 자금동원력이 걸림돌이다.
듀크 헤일 회장이 운영하다 청산 절차를 진행 중인 HAAH오토모티브는 2019년 연 매출이 230억원에 불과했다. HAAH오토모티브를 주체로 쌍용차 인수를 추진했을 당시에도 자금조달 문제로 결정을 미루다 우선협상권을 잃었다.
전기 스쿠터가 주력 제품인 케이팝모터스 역시 쌍용차 인수 이후 전기차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케이팝모터스는 쌍용차 인수자금 뿐 아니라 정상화 과정에서 소요되는 자금 확보 계획을 구체적으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는다. 케이팝모터스는 쌍용차의 인수에서 정상화까지 소요되는 비용을 총 3조8000억원으로 설정했다.
다만 현재 확보한 자금은 그 10분의 1에 해당하는 3800억원에 불과하다. 우선협상자 지정시 2차로 1조원을 준비해 쌍용차를 인수한 뒤, 추가로 우리사주 및 국민주 공모 등을 포함해 2조4000억원을 확보, 쌍용차 정상화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쌍용차는 예상을 뛰어넘는 9곳의 투자자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고무된 모습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국내외 총 9개 투자자 인수의향서 제출한 것은 M&A에 대한 그 간의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라며 “다수의 회사가 전기차 사업을 확대할 목적으로 인수 의향을 밝히고 있어 회사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차 전환 전략과 부합되는 만큼 M&A 가능성 뿐 아니라 장기적인 생존 토대 구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수의향서 접수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쌍용차와 매각 주간사는 제출된 인수 의향서 패키지를 검토한 후 예비실사적격자를 선정한 뒤 8월 말까지 예비실사적격자의 예비실사를 거쳐 9월 중 인수제안서 접수 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예상 일정은 추후 매각 주간사 및 법원과의 논의·승인 과정에서 변동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