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무리한 개최로 일본 코로나19 감염자 폭증
국민들 부정적 여론과 천문학적 손실에도 스가 총리 성과 포장
올림픽 애물단지 전락 막으려면 IOC와 개최국의 접근법 달라져야
“일본이니까 가능했다는 평가 들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 속에도 도쿄올림픽을 잘 치렀다고 자평했다.
스가 총리는 지난 9일 총리관저 트위터에 게재한 동영상을 통해 "코로나19 속에서 개최가 1년 연기돼 경험해본 적 없는 여러 제약 속에서 대회를 치렀지만, 개최국으로서 책임을 완수하고 파리 대회로 바통을 연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감염 대책에 대해 해외에서는 '너무 엄격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일본이니까 가능했다'고 평가도 들렸다"고 덧붙였다. 어떻게든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시키려는 스가 정권의 의도가 묻어나는 영상이다.
“인류가 코로나19를 이겨낸 증거로 온전한 형태의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포부를 비웃기라도 하듯, 개막을 전후로 코로나19는 전염성이 더 강한 델타 변이로 절정에 달했다.
일본 선수단이 사상 최대의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대회 기간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 일본 내 여론은 악화됐다.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출범 후 최저인 28%까지 곤두박질쳤다.
도쿄올림픽을 아름답게 포장하려는 스가 총리 노력(?)에도 폐막 후 각종 지표는 어둡게 나왔다. 코로나19 비상사태 속에서 열린 도쿄올림픽은 예상했던 예산 보다 2배 가까이 많은 17조 2000억원이 투입됐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바 있다.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했지만 천문학적인 손실만 떠안은 도쿄올림픽이다. 무관중 체제에서도 IOC는 중계권 수수료를 챙겼지만, 일본 국민은 엄청난 혈세를 버렸다. 더 이상 올림픽은 개최국에 남는 장사가 아니다.
코로나19라는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 올림픽을 바라봐도 무리하게 유치를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개최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 따위는 후순위로 밀어놓고 올림픽 권위와 가치를 앞세워 조직의 이익을 최우선시하고 IOC의 행태를 보면 더욱 그렇다.
갈수록 상업화되는 대형 국제 스포츠 이벤트로 변질되어가고 있는 올림픽은 점점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올림픽 유치에 뛰어드는 국가는 줄어들고 있다. 한마디로 수요와 공급의 주체가 바뀌고 있는 모양새다. 2032 올림픽 개최지로 호주 브리즈번이 확정됐지만, 어떤 국가가 탈락했는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만큼 유치 경쟁이 뜨겁지 않다는 얘기다. 아직도 결정하지 못한 2030 동계올림픽의 후보지 중 하나인 삿포로도 유치 계획을 재검토 할 수 있다는 일본 현지언론의 보도도 있다.
물론 올림픽은 경제성으로만 따질 수 없는 무형의 고귀한 가치가 있음은 분명하다. 최선을 다하는 가운데 정정당당한 경쟁과 승부, 세계인들의 화합과 평화, 그리고 한계를 극복하려는 도전과 그에 따른 잔잔한 감동이 있다.
이러한 올림픽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올림픽을 정치적 도구나 경제적 지렛대로 여기는 접근 방식을 버려야 한다. 올림픽의 진정한 취지와 건강한 정신을 고취시키는 것에 무게를 둬야한다. 올림피아에서 처음 열린 이후 2700여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올림픽을 애물단지로 전락시킬 수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