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기간 반도체·스마트폰 핵심 사업 현안 챙기며 적극 나서
반도체·코로나19 백신 공장 방문에 준법위·노조 면담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출소하자마자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핵심 사업 현안을 챙기면서 다음 경영 행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석방 신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출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국내 생산라인 방문이나 준법위 위원들 면담 등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한 후 14~16일 사흘간 광복절 연휴 기간 내내 출근과 화상회의 등을 통해 국내외 주요 경영진들과 다양한 사업 현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스마트폰 등 핵심 사업들의 경영 현황을 보고받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백신 완제품 위탁 생산 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기남 부회장(DS부문장)을 비롯, 고동진 사장(IM부문장), 김현석 사장(CE부문장), 정현호 사장(사업지원TF장) 등 주요 사장단과 임원들도 연휴기간 상당수가 출근해 보고할 현안들을 챙겼다는 후문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연휴기간 현재 미국 주 정부와 협상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라인 구축 지역 결정을 비롯, 경기도 평택 3공장(P3) 건설 공사 현황 등을 보고받고 관련 사안들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에서는 최근 선보인 갤럭시Z 폴드·플립3 등 신제품에 대한 내용과 함께 샤오미를 필두로 한 중국 업체들의 추격 등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상황도 보고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공급 차질 관련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하는 모더나 백신 물량의 국내 공급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을 것이라는게 재계의 관측이다.
이미 이 부회장이 지난 13일 출소하자마자 삼성서초사옥으로 향해 주요 경영진을 만나 경영 현안을 논의하면서 이러한 적극적인 경영 현안 챙기기는 예고돼 왔다.
이제 관심은 이 부회장의 다음 경영 행보에 쏠리고 있다. 주요 사업 현안들을 보고받은 만큼 현장 경영 행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 신분이어서 해외에 나갈 때마다 법무부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창궐로 해외 출장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현장 행보는 국내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삼성의 가장 큰 화두가 반도체라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 생산라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올 초 임직원들과 함께 방문했던 경기도 평택 P3 건설 현장을 다시 찾을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 벡신 수급 불안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이 부회장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모더나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천 송도 공장으로 향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들과의 만남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전날인 17일 준법위 회의가 이 부회장 출소 이후 첫 회의라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참석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결국 이뤄지지는 않았다.
이에 내달 14일로 예정된 다음 회의가 아니더라도 별도로 일정을 잡아 조만간 위원들과 만남을 갖고 준법경영 및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 의지를 다시 한번 강하게 천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재수감 직후 변호인단을 통해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계속 지원하겠다“며 ”위원장과 위원들께서 앞으로도 계속 본연의 역할을 다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준법 경영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달 거버넌스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지속가능경영위원으로 개편해 운영 독립성을 확보하고 주요 사업부에 지속가능경영사무국을 설치하는 등 ESG 경영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이 부회장이 뉴 삼성으로의 변화의 기치로 무노조 경영 철폐를 통한 노사 관계 개선을 천명해 온 만큼 노조와의 만남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무노조 경영 중단'을 선언한 이후 노사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창립 52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노동조합과 첫 노사 단체협약을 체결했고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도 단체협약을 마무리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그동안 수 차례 뉴 삼성으로의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온 만큼 주요 사업 경영뿐만 아니라 조직 문화 개선 등에도 어떤 식으로든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역할 확대에 취업제한 등 가석방 신분이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