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금리 인하에 한도축소 주문까지
역마진 우려…"업권별 다른 규제 필요"
"신용판매는 이미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최고금리 내리고, 대출한도 줄이면서 팔 게 없어졌습니다. 투자회사로 변해야 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만난 카드업계 임원의 하소연이다. 말 그대로다. 카드업계는 올해 최고이면서 최악인 역설적이고 모순적인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우선 지난달 법정 최고금리가 기존 24%에서 20%로 인하됐다. 4%p가 떨어진 게 무슨 큰일인가 싶겠지만, 카드사는 이자수익을 잃을 위기에 직면했다. 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최고금리가 떨어져도 카드사와 저축은행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 등 5개 카드사는 올해 상반기 기준 1조16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9.8%(3320억원) 늘어난 규모다. 저축은행들은 올 1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51% 급증한 299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시현했다. 숫자만 보면 카드사와 저축은행의 수익성에 타격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그랬을지도 모른다. 금융당국의 이중규제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문제는 '가계대출 옥죄기' 정책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을 시작으로 카드사, 저축은행 등에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 연봉수준으로 줄일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압박에 각 협회는 회원사들에게 대출한도 축소를 주문하고 있다. 앞서 카드사들은 카드론 최저금리를 3%까지 낮춰가면서 조금이라도 신용등급이 높은 차주를 모시기 위한 출혈경쟁을 펼쳤다. 출혈까지 감수하면서 대출금리를 줄인 상황에서 한도까지 줄이게 되면 '역마진'이 발생한다.
당국은 심지어 저축은행에는 고금리 대출 증가규모를 전년 대비 5.4%로 제한하라고 주문했다. 그래서 저축은행은 차선책으로 중금리대출을 확대했다. 중금리대출을 내주기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예·적금 금리까지 올렸다. 실제로 저축은행업계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지난해 말 연 1.90%에서 지난달 2.01%로 0.11%p 뛰었다. 이처럼 기껏 수신금리를 올려놨더니 갑자기 대출을 줄이라는 주문이 떨어졌다. 저축은행의 주된 수익원은 예대마진이다. 수신금리를 올려놓고 대출 영업을 하지 못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제2금융권의 존재 이유는 1금융권의 혜택을 볼 수 없는 차주들을 위해서다. 2금융을 이용해야 하는 차주의 어려움과 한 푼의 빚이라도 내야 생활을 연명할 수 있는 이들에 대한 이해가 없는 금융당국이 규제만 적용하는 '탁상행정'에 갇혀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들은 당연히 제도권으로 편입된 회사들이고, 각자 본연의 업무가 있다. 금융당국의 역할은 이들을 옥죄어 흑자에서 적자 전환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제2금융권은 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해도, 신용대출 한도를 줄여도 고신용 고객이 알아서 찾아오는 은행과는 상황이 다르다. 가계부채를 옥죄 잠재적인 리스크를 잡는 것은 좋은 의도가 담긴 정책이다. 하지만 일차적인 문제는 '풍선효과'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금융당국에 있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