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와의 최종 예선 첫 경기서 졸전 끝에 무승부
슬금슬금 고개 드는 경질론, 이제는 결과물 내야할 때
졸전은 졸전이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 도전하는 축구대표팀이 이라크를 상대로 안방서 단 1골도 넣지 못하는 수모를 당하며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벤투 감독은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직후 축구대표팀의 제73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벤투 감독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자신과 호흡을 맞추던 코칭스태프들을 대동, 일명 ‘벤투 사단’을 이끌고 들어와 많은 기대를 품게 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고 이제는 월드컵 본선행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출발선에 섰다.
벤투 감독은 그동안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하는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었다. 여기에 합리적인 훈련 스케줄과 선수 개개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까지 더해져 선수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는 사령탑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벤투 감독이 내부 단속에는 큰 성과를 냈지만 선수를 기용함에 있어 탄력적이지 못하고 전술 또한 유연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손흥민이라는 확실한 카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번 이라크와의 첫 경기서 믿기 힘든 결과가 나오자 여러 곳에서 말들이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벤투 감독의 ‘경질’이다.
이제 최종 예선 첫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지금이라도 감독을 교체해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비판론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전임 감독이 계약 기간까지 완주하지 못하는 불행이 거듭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물러난 뒤 바통을 이어받았던 코엘류, 본프레레 감독과의 동행은 오래가지 못했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핌 베어벡 감독이 최종 예선 직전 물러났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조광래, 최강희 감독, 그리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역시 최종 예선 기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 수순을 밟았다.
감독이 급하게 교체되다 보니 좋은 성적이 나올 리 만무했다. 본선에 오른 대체 감독들 중 유일한 외국인이었던 딕 아드보카트(현 이라크) 감독은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원정 첫 승’의 성과만을 냈고 홍명보 감독 체제였던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졸전을 거듭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이끌었던 허정무 감독만이 16강에 오르며 성공적이었는데 이미 앞선 두 차례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고 최종 예선 직전 팀을 맡아 제법 긴 기간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벤투 감독의 계약 기간은 내년 열리는 카타르 대회 본선까지다. 조기에 감독을 교체해야 한다는 설레발을 떨어봤자 대체 감독 구하기도 어렵고 팀의 조직력만 망가질 뿐이다.
그나마 다행은 경질의 목소리가 아직까지는 일부에 그치고 있으며 인사권을 쥔 축구협회가 여전히 굳건한 믿음을 실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벤투 감독은 자신을 향한 날선 비판을 잠재울 수 있을까. 3일 앞으로 다가온 레바논과의 2차전에서는 확실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