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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더 ‘리얼’해진 군대 콘텐츠…자극성과 현실성 사이


입력 2021.09.08 14:01 수정 2021.09.08 09:5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지나치게 부정적인 면만 강조하는 방식은 경계해야

‘군대 이야기’는 이제 드라마, 예능을 막론하고 단골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엔 과거와 달리 군대 콘텐츠에 ‘리얼’함까지 더하면서 더 자극적이고, 그래서 더 현실적인 이야기들로 대중의 이목을 끌고 있다.


ⓒ넷플릭스

과거의 군대 콘텐츠는 현실성을 부여하기 보단 하나의 장치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드라마의 경우 ‘태양의 후예’ ‘사랑의 불시착’과 같이 로맨스의 상황적, 장소적 배경으로 사용됐고,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풍자 혹은 ’체험‘ 형태가 주를 이뤘다. KBS1 ’유머 1번지’의 코너 ‘동작 그만’, tvN 군대 시트콤 ‘푸른 거탑’ 등 풍자 예능을 넘어 ‘진짜 사나이’와 같이 체험형 관찰 예능으로 이어졌다.


반면 최근 예능이나 드라마는 군대의 가장 힘들고, 아픈 구석을 들춰냈다. 지난해에는 ‘진짜 사나이’를 패러디한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가 등장했고, 시즌당 5000만회가 넘는 누적 조회수를 기록했다. 올해는 전·현직 특수부대원들의 경쟁을 다룬 채널A ‘강철부대’가 큰 화제를 모았다.


두 예능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기존 연예인이 출연하던 것과 달리, 실제 군인들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실제로 군대에서 실행되는 훈련을 해내면서 체력적, 정신적 극한으로 출연자들을 몰아넣는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전우애에 시청자들도 함께 감동하며 눈물을 쏟았다는 평들도 잇따랐다. 적나라한 훈련으로 인한 가혹행위가 강조되면서 일각에선 이런 프로그램을 두고 ‘밀리터리 포르노’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현실은 더 하다”는 입장이 우세했다.


그러던 중 더 현실과 맞닿아 있는, 군 문제를 제대로 다룬 작품이 나왔다. 지난달 2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D.P.’의 이야기다. ‘D.P.’는 2014년을 배경으로, 군대 내의 부조리를 ‘방관자’의 문제로 바라보는 연출자의 의도를 담고 있다. 선임의 이름을 외우지 못하는 후임병을 괴롭히고, “공짜 왁싱을 해주겠다”며 후임병의 음모를 라이터로 지지고, 자위행위를 시키는 묘사 등 극단적 사실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실제로 방송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드라마를 보고 PTSD(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가 다시 도진 것 같다” “내 군생활과 비슷하다” 등의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드라마가 큰 이슈가 되면서 국방부는 ‘D.P.’에 나오는 군내 가혹행위 등 부조리 묘사에 처음으로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지난 6일 정례브리핑에서 “폭행, 가혹 행위 등 병영 부조리를 근절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병영혁신 노력을 기울여왔다”면서 “일과 이후 휴대전화 사용 등으로 악성 사고가 은폐될 수 없는 병영 환경으로 현재 바뀌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D.P.’ 속 묘사가 과연 지나친 것인지는 의문이다. 드라마의 배경이 된 2014년엔 육군28사단에서 후임병을 폭행해 숨지게 한 ‘윤일병 폭행 사망 사건’이 있었고, 22사단에선 집단 따돌림을 받던 병장이 총기를 난사해 5명이 사망한 ‘임병장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도 공군 병사 2명이 후임병에게 유사성행위를 강요하다 적발돼 징계를 받고, 구타와 따돌림을 당한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병사 등 군대 내의 인권 문제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 군 생활이 더 참혹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물론 ‘하이퍼리얼리즘’에 가까워지는 군 예능이나 드라마 콘텐츠들이 자극성을 쫓아 지나치게 군대의 부정적인 면만 강조하는 제작 방식을 경계해야 하지만, 그보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춰내면서 이를 통한 본질적인 군대 내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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