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프로포폴에 삼성물산 합병 의혹 재판 줄이어
경영 행보에 부담…출소 이후 두 달간 김 총리 만남뿐
역대 분기 최대 매출 73조에도 눈치봐야 하는 CEO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여전한 재판 리스크로 경영 부담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3분기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이 부회장의 경영 보폭 확대는 점점 더 요원해지는 모습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8월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한지 두 달이 지났지만 사법리스크로 인해 적극적으로 대외 경영 행보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이날 오후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 첫 재판에 이어 이틀 뒤인 14일에는 삼성물산 합병의혹 관련 18차 공판에도 연이어 출석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말 첫 공판준비 기일로 시작된 삼성물산 합병 의혹 재판에 이어 추가로 재판 부담이 더해진 것이다.
지난 8월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두 차례 연기된 끝에 9월을 넘겨 10월에야 열리게 됐다.
당초 약식기소됐다가 정식재판에 회부된 것으로 재판은 상대적으로 단기로 끝날 예정이지만 이번 건이 지난 3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는 과반수 이상(위원 14명 중 8명)이 ‘수사중단’을 권고한 사안이었다는 점에서 재판 리스크가 커진 셈이다.
사법 리스크 증대는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삼성멀티캠퍼스 내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서울캠퍼스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와 만남을 가진 것 이외에는 공식적인 경영 행보를 하지 않고 있다.
당시 김 총리와의 회동이 ‘청년 일자리’를 주제로 한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관련 사안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사업 관련 대외적인 경영 행보는 없었던 셈이다. 이에 이 부회장이 잔여 형기가 남아 있는 상태인 가석방 출소한 신분으로 법무부의 보호관찰과 함께 적용받는 ‘취업제한’ 위반 논란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미 법무부가 이 부회장이 미등기·비상근·무보수 임원이라는 점을 들어 취업제한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린 만큼 사실상 2건의 재판이 진행 중인 사법리스크 부담이 큰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당분간 공식적인 행사 참석이나 대외 경영 행보를 펼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당장 오는 25일에 부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의 1주기를 앞두고 있지만 이는 최소한의 유족들만 참석하는 비공개 행사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3분기에 역대 분기 사상 최대인 매출 73조원을 달성하는 등 회사가 호 실적을 구가하고 있음에도 정작 최고경영자(CEO)의 행보는 더욱 움츠러 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지난 2018년 3분기(17조57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영업이익(15조8000억원)을 기록하면서 향후 추가 실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커지고 있는 터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보다 적극적으로 경영 행보에 나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청와대가 밝힌 이 부회장의 가석방 이유가 ‘국익’이었던 만큼 실제 국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가 호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미국 인텔과 타이완 TSMC 등 경쟁자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등 글로벌 패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상황이어서 글로벌 영향력을 갖춘 이 부회장이 적극 나서야만 한다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급변할 글로벌 시장에 맞춘 새로운 경영 및 사업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인 만큼 이 부회장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며 “사법 리스크 부담으로 경영 행보를 펼치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