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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종전선언 '올인'…美, 경고장 꺼내며 '포커페이스'


입력 2021.10.25 12:39 수정 2021.10.25 12:40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성 김 "계속협력" 언급하며 "북한 도발" 경고

北 '이중기준 철회'는 수용 못한다는 메시지

문대통령 교황청 방문 '우회로' 찾을지 주목

24일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이 성 김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마친 후 도어스테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미 간 종전선언 논의가 일단락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의 종전선언'을 제안한 뒤 한미 간 전방위 접촉이 이뤄지며 논의는 급물살을 타다가 24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대북수석대표 협의를 기점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정부는 종전선언에 추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만난 뒤 "김 대표와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진지하고 심도 있는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노 본부장은 "앞으로 대북 대화 재개 시 북측 관심사를 포함한 모든 사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양국 공동의 입장을 재확인했다"면서 "미국 정부도 각급에서 지속적으로 대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만큼 북측이 조속히 호응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종전선언 보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가 우선이라는 표면적 입장을 재확인하며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의 종전선언 제안을 포함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이니셔티브를 탐색하기 위해 계속 협력하기를 기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김 대표는 북한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도발(provocation)'로 규정하며 "지속적인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진전에 역효과"라고 비판했다. 이는 북한이 자신들의 군비 증강을 용인하라는 '이중기준 철회' 요구에 대해 양보할 수 없다는 원칙을 확고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우리는 북한을 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여전히 돼 있고, 미국이 북한에 대해 어떤 적대적인 의도도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북한이 긍정적으로 응답하기를 바란다"며 북한을 향한 대화재개 의지를 강조했다.


이미 바이든 행정부가 종전선언에 대한 법적 검토와 문안 협의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미가 종전선언의 필요성이나 예상 효과에 대해서 어느정도 공감대를 이뤘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교황 방북' 이뤄질까…기대감 부푼 文정부


아울러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과 맞물려 오는 29일 예정된 문 대통령의 교황청 방문도 주목된다. 이 자리에서 교황의 방북은 물론 종전선언 관련 언급이 이뤄질 수도 있다. 통일부는 "평화 증진을 위한 지혜를 나누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교황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한반도 평화 구축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도 이날 국회에서 가진 시정연설에서 대북정책과 관련해 "아직 대화는 미완성"이라며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종전선언은 평화협정 체결로 가는 길을 같이 걸어보자는 합의이고 선언"이라며 "북미 신뢰구조와 국제사회 우려 등을 고려하면 체제 안보의 길에 관한 대화부터 먼저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할 것인지, 평화·비핵화 교환 협상을 재개할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다"며 "주된 평화, 비핵 교환 협상 당사자는 북미인 만큼 북한이 한국 차기 정부 출범을 기다릴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는 지난 22일(현지시각) 뉴욕주(州) 아몽크 자택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신뢰는 모든 협상의 기초이지만, 단지 테이블에 앉아 팔짱을 낀 채 '네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라고 말하는 식으로는 신뢰가 형성되지 않는다"면서 "미국은 리스크를 짊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훌륭한 개념이지만, 종전선언을 실제로 이뤄내기 위해선 국제사회의 지지와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 "현재 북한이 손에 쥐고 있는 협상 카드 자체는 크게 좋지 않다"고도 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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