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국회 정문 앞 1인 시위 돌입
노조 “고강도 투쟁” vs 사측 “인수자 없어”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사업부문 철수 사태를 둘러싸고 노사 갈등이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사측은 매각을 검토했으나 영업 환경과 인력 구조 등 제약으로 단계적 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으나, 노동조합은 통매각을 제외한 결정은 받아들일수 없다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거 HSBC 사례를 감안하면 노사 이슈가 없어도 청산 종료까지는 6개월이 소요된다. 그러나 씨티은행은 노사 문제로 철수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을 겪을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은 이날 국회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인 시위 돌입을 알렸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진교 정의당 의원, 상위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등이 기자회견에 함께했다. 진창근 노조위원장은 “어제부터 청와대와 금융위원회 앞 1인 시위에 돌입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다면 총파업을 비롯한 강도높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씨티은행은 전날 소비자금융 부문을 청산한다고 확정지었다. 지난 4월 소매금융 철수를 공식화한지 6개월만이다. 유명순 은행장은 이날 최고경영자(CEO)메시지를 통해 “지난 수개월간 고용승계를 전제로 하는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전체매각을 우선순위에 두고 출구전략을 추진했으나 이를 수용하는 금융사는 없었다”고 언급했다. 잠재적 매수자들의 관심을 보이는 부분매각도 검토했으나 여러 제약조건으로 불발됐다는 설명이다. 희망퇴직을 원하지 않는 직원은 행내 재배치를 할 수 있다.
유 행장은 “동료 여러분들과 고객들을 위한 최선의 이익을 전제로 여러 현실적 제약들을 고려해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점을 이해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씨티은행은 단계적 폐지와 함께 직원들의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노조 역시 현 인력구조로는 매각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사측과 희망퇴직 협상을 타결했다.
희망퇴직 조건은 파격적인 수준이다. 근속기간 만 3년 이상 정규직원과 무기 전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정년까지 남은 개월 수만큼(최장 7년) 기본급의 100%를 특별퇴직금으로 주기로 했다. 당초 은행 측이 제안한 ‘기본급의 90%’에서 더 나아갔다. 기업금융 부문 직원에게도 희망퇴직 제한을 없애고, 퇴직자에게 창업·전직 지원금 2500만원을 추가 지급한다. 노조가 집계하는 소비자금융 소속 직원수는 2400여명이다. 업계는 1200여명 정도 희망퇴직시 1조원이 넘어갈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희망퇴직 합의와 별개로 노조는 소매금융 청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은 가장 손쉬운 방법인 졸속 청산(단계적 폐지)을 선택했다”며 “매각의 실패원인은 씨티그룹의 조급함과 한꺼번에 손을 터는 매각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씨티브랜드와 일부 지분을 5년간 유지하면서 나머지 지분을 수 십 곳에 나눠 매각하는 우리금융지주 방식의 희망수량 경쟁 입찰로 재매각을 추진해야 한다”며 “아니면 콜롬비아씨티의 사례와 같이 산업 전반의 여건이 개선될때까지 매각을 유보하고 이후 재매각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총파업을 비롯한 강도높은 투쟁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미 지난 6월 총파업을 포함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열어 99.1%의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이달 22일 투쟁기금 모금 찬반투표도 94%의 압도적인 찬성율을 기록했다.
노조는 금융당국을 향해서도 “청산은 명백한 금융위원회 인가대상”이라며 “금융당국이 이를 묵인한다면, 금융소비자 피해와 직원들의 대규모 실업사태를 방관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