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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경영공백 장기화 되나”


입력 2021.10.29 11:39 수정 2021.10.29 11:41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임시주총, 모든 안건 부결…이사진 재편 무산

이날 오후 이사회서 후속 조치 논의할 예정

관련업계, “매각만이 경영 정상화로 이끌 것”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뉴시스

새 경영진을 구성하려던 남양유업의 계획이 무산되면서 경영 공백이 지속될 전망이다. 홍원식 전 회장이 한앤컴퍼니와의 경영권 매각 협상을 빠른 시일내 마무리 짓지 못할 경우 사태는 장기화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29일 오전 남양유업 본사에서 열린 임시주총에는 홍원식 회장 등 주요 주주들이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정족수 미달로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돼 15분만에 마무리됐다. 임시주총에 참석한 주주는 20여명도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남양유업은 이날 임시주총에서 김승언 남양유업 수석 본부장과 정재연 세종공장장, 이창원 나주공장장, 사외이사에 이종민 학교법인 광운학원 이사를 선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제기한 홍 회장 일가의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을 법원이 인정하면서 불발됐다.


홍 회장과 그 일가는 한앤컴퍼니에 남양유업 보유 지분 53%를 3107억원에 넘기는 계약을 지난 5월에 체결했다. 이후 한앤컴퍼니가 외식사업부 분사와 오너 일가에 대한 예우 조건 등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홍 회장 측이 지난달 초 돌연 ‘계약 해제’를 통보하면서 두 회사 간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


재판부는 홍 회장 측이 주식 매매계약 선행조건으로 제시한 외식 사업부 분사와 오너 일가 자리보전 등도 계약서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효력이 없다고 봤다. 한앤코에 유리한 법리적 판단이 나오면서 향후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는 한앤코가 홍 회장 등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 결정문에서 “홍 회장은 29일 열리는 남양유업 임시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말라”며 “그렇지 않으면 홍 회장이 한앤코에 100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이어 법원은 “홍 회장이 계약 해제를 통지한 것은 효력이 없어 주식매매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양측의 주식 매매계약은 한앤코가 남양유업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홍 회장이 한앤코의 목적 달성을 방해하는 행위는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의 모습.ⓒ뉴시스

이에 따라 새 이사진을 뽑고 경영을 정상화하려던 홍 회장의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앤컴퍼니와 최대주주인 홍원식 회장과의 소송전도 길어질 전망이라 당분간 남양유업의 경영공백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설상가상 최근 본격화된 국세청의 세무조사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이번 세무조사가 오너가의 공금 유용 의혹 등을 겨냥한 특별 조사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남양유업은 또 다시 큰 혼란을 겪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업계 안팎에선 이 회사의 경영 정상화 계획은 한앤컴퍼니와의 법정 공방이 끝난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양측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매도자와 매수자간 합의가 이뤄질 경우 경영권 양도 시기 및 인수금액 등은 조정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는 합의가 불발돼 사태가 장기화 되는 것이다.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한앤컴퍼니와 계약 위반에 따른 법적 공방이다.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내세워 사태를 키울 경우 기업간 거래 신뢰도 및 기업 이미지 추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재점화 가능성도 있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주 갑질 사태 이후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전개돼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진 바 있다. 지난 4월에도 불가리스 코로나 마케팅 이후 불매운동으로 타격을 입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앤코와 합의점을 찾고 하루 빨리 매각을 하는 것이 경영 정상화가 가능할 듯 하다”며 “최근까지도 계속해서 악재가 터지고 있고, 기업 이미지도 훼손될 대로 훼손돼 무언가 대책이 절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임시주주총회를 마친 남양유업은 오후 중 이사회를 열어 향후 대책에 대해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이사회에 홍원석 남양유업 회장 등 오너일가의 참석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이날 오전 주주총회를 통해 신규이사 4인 선임과 이사회 재편을 계획했는데 차질이 생긴 가운데 거기에 대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이라며 “관련 내용들이 정해지면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에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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