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으로 내수 부양하면서
유류세 낮춰 물가 잡겠다는 정부
소비·물가 자칫 둘 다 놓칠 수도
세밀하면서 유기적인 정책 필요
정부가 ‘위드 코로나(With Corona,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를 시행하면서 내수 진작을 통한 경기 회복 기대만큼이나 물가 상승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위드 코로나가 우리 경제에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더욱 세밀하고 직접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는 1일부터 음식점과 카페 등에 대한 이용시간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 사적 모임은 수도권 경우 최대 10명(백신접종 미완료자 최대 4명), 비수도권은 12명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유흥·체육시설에는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적용하고 행사·집회 인원도 대폭 늘렸다.
기재부는 이번 조치로 침체에 빠진 내수 경기의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세계 경제 회복 속도가 떨어지면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또한 4%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정책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해 3분기부터 연속 상승해온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최근 주춤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해 1분기(-1.3%), 2분기(-3.2%) 감소한 이후 성장률은 5개 분기(2.2%→1.1%→1.7%→0.8%→0.3%) 연속 상승했다. 그러다 올해 3분기 0.3%로 성장세가 쪼그라들면서 연 4% 성장 목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민간소비와 설비투자에서 각각 0.3%, 2.3% 감소하면서 내수 시장이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면서 경제성장률 달성 전망을 어둡게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11월부터 일상회복을 향한 방역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것인 만큼 남은 기간에 방역과 경제가 잘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민생 회복, 경기 반등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중 각종 소비할인행사 개최 등 민간소비력 제고를 통한 경기 뒷받침에도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는 소상공인들도 마찬가지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난달 18일부터 22일까지 전국 17개 시·도 소상공인 24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11월 전망 경기지수(BSI)는 87.6을 기록했다. 여전히 긍정 전망과 부정 전망의 기준이 되는 100에는 많이 미치지 못하지만 10월 전망보다는 9.5p 오른 수치다.
소상공인들은 경기 호전을 전망하는 이유(복수 응답)로는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22.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코로나19 관련 규제 완화(21.4%)’와 ‘계절적 요인(추워져서·19.3%)’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위드 코로나로 내수 회복 기대가 높아지는 만큼 물가 상승 우려도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물가가 계속 솟구치자 지난달 26일 유류세를 역대 최대 폭인 20% 낮추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전 세계 공통 글로벌 인플레 압력이 직면했고 우리도 연간 물가상승률이 2%를 넘을 것으로 전망돼 가용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대응 중”이라며 “내년 4월 말까지 약 6개월간 유류세는 20% 인하, 같은 기간 LNG 할당관세는 0%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로 물가 인상을 붙잡으면서 동시에 코리아세일페스타와 같은 대규모 할인 행사로 소비 활성화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높은 물가가 인플레이션(물가 지속 상승)으로 이어지면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것은 물론 저소득층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수와 물가 사이에서 정교한 줄타기 정책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유류세 인하는 물가를 누르는 데 필요한 조치지만 소비쿠폰은 억눌렀던 소비가 풀리고 있는 상황에서 도리어 물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내수를 끌어 올리면서 동시에 물가를 잡는, 어쩔 수 없이 서로 상충하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면 그만큼 정교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며 “예측 가능한 모든 상황을 미리 준비하고 필요한 시점에 맞춤형 정책 보따리를 펼쳐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