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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고별 무대


입력 2021.11.03 07:30 수정 2021.11.02 08:13        데스크 (desk@dailian.co.kr)

1단짜리 출마 기사 취급의 의미 알긴 아는가?

출마가 직업, 거짓말 정치인으로까지 추락…….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 분수대 앞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식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대중과 박정희가 맞붙은 1971년 대통령 선거에서 3위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 기억하는 국민은 당시 정치에 관심 많은 20~30대였던 현재 노년층에서도 거의 없을 것이다.


카이젤 수염(Kaiser Moustache, 러시아 등의 국가 황제들이 권위의 상징으로 기른, 양끝이 치켜 올라가는 짙은 콧수염)으로 유명했던 진복기다. 그는 이 선거에서 1%인 약 12만3000표를 얻었다. 양강이 워낙 단단하고 군사정부 시대라 다른 사람들이 출마 엄두를 내지 못한 탓이긴 하지만, 역사에 남을(?) 전적을 남겼다. 그의 단골 출마 ‘후계자’ 허경영이 2007년 대선에서 받은 9만여표(0.4%)보다 많다.


진복기는 이 대선에 단 한 번 출마했을 뿐이다. 그러나 필자와 같은 60대 이상에게 옛날 대통령 선거 단골 출마자 하면 그가 떠오른다. 신문에 출마 기사가 났다가 기탁금 부족 등으로 포기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5공 신군부에 의해 ‘대선 출마 상습자’로 분류돼 김영삼, 김대중과 함께 정치 활동이 규제되는 ‘탄압’을 받기도 했다.


안철수가 이 진복기, 허경영 급으로 내려앉았다. 출마가 직업이고 단일화가 그의 별명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듣는 신세로 스스로 전락했다. 언론 매체들은 그의 이번 출마도 일찍이 예상하고 있었다. 그의 출마 선언은 그래서 전혀 놀랄 일이 아니며 기사 가치도 10원짜리로 떨어져버렸다.


필자가 안철수를 주제로 글을 쓰기 위해 그의 세 번째 대권 도전 선언 기사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려고 하니 몇 시간 만에 사라지고 없었다. 친정부 언론이야 보수우파 유권자들 표를 조금이라도 더 잠식할 안철수의 재등장 기사를 없앨 리 없지만, 일부 반정부 언론에서는 그의 행보가 반갑지도 않거니와 의미도 예전보다 줄어 주요 기사 목록에서 내렸기 때문이다.


종이신문 기준으로 하면 안철수 대선 출마 선언의 뉴스 밸류는 종합면 1~2단, 많이 쳐줘도 3단 정도로 격하됐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안철수(59)가 퇴물 정치인의 길로 들어갔다는 얘기다. 참으로 격세지감(隔世之感, 다른 시대를 사는 듯 크게 변화를 느끼는 감정)이다. 그는 대통령 병(病)에 걸렸을 뿐 아니라 거짓말을 하는 사람으로도 변했다.


“대한민국 서울의 시민 후보, 야권 단일 후보로 당당히 나서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 제가 대선을 포기하고 서울시장 출마 결심을 한 배경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반드시 저는 선거에서 이기고 좋은 시정을 통해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확보하겠다.”


그는 지난해 말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나서겠다면서 이렇게 말한 사람이다. 그리고 1일 대선 출마 공식 선언 후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말을 바꿨다.


“그때는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대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말씀드린 것이었다. 서울시장이 되면 도중에 그만두고 대선에 나가는 일은 없다는…….”


이쯤 되면 10여 년 전에 든 그의 새 정치 깃발은 ‘새’ 글자가 형체도 없이 바라고 변색돼 힘없이 펄럭이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 정치사에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말 바꾸기 명수들 반열에 안철수도 마침내 올라간 것이다.


그는 서울시장 당선을 100% 확신했다. 작년 말엔 일반인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결단에 박수를 보냈고 경의를 표했다. 그러나 바람은 국민의힘 후보 오세훈에게로 불어 단일화 경선에서 지고 말았다. 안철수는 자신이 될 걸로 보고 대선 불출마 약속을 한 것이므로 안 됐으니 그 말도 무효라고 주장하고 싶은 듯하다.


그는 4.7 보선 때 김어준을 비롯한 대깨문 세력이 오세훈 공격을 위해 기획해낸 생태탕 의혹에 동조했던 사람이다. 그런 문제없는 무결점 안철수가 단일화 후보로 뽑혀야 안전한 승리를 이끌 수 있다고 경선전 막판에 여당 프레임으로 지지를 호소, 선거도 지고 신사도도 잃었다.


그의 ‘놈놈놈’ 비난은 그 자충수를 소환한다. 이재명도 윤석열도 홍준표도 일반 유권자들 눈에는 다 찍어주고 싶지 않은 놈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안철수 자신은? 국민의힘 당 대표 이준석 말대로 그도 또 다른 놈일 뿐이다. 선거만 하면 나오는 놈, 자기만 깨끗하고 나라 걱정하고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놈…….


안철수는 이번에도 단일화 장사를 하게 될 것이다. 그의 현재 지지도는 여론조사마다 달라 2~9%를 오르내린다. 제1야당 경선 승리자는 단일화 압박을 받게 될 터인데, 그를 끝까지 무시하고 투표일까지 가기는 쉽지 않다. 어떻게든 그를 달래서 주저 앉혀야만 정권교체 대업을 확실히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서 뭐든지 주려고 할 것이다.


그의 현실적인 득표력, 중도 확장성을 어느 정도 인정할 필요성은 있다. 그걸 가지고 와 단일화를 한다면 정권교체에 득(得)이 됐으면 됐지 해(害)는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무기로 줄다리기를 하고, 그것을 즐기면서 몸값을 받기 위해 출마하는 것이라면 문제다.


안철수는 그 몸값을 위해 또 출마하려고 하는가? 그는 거짓말하지 말고 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해야 한다. 답이 ‘아니오’라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완주해야만 한다. 그래서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냉정하고도 현명한 결정에 의한 표를 받아야 한다. 그것이 몇 표가 되던.


안철수에게 이번 대선은 고별 무대가 될 것이다. 새 정치를 표방하고 정계에 입문한 그가 거의 매년 각종 선거에 어김없이 출마하고, 다 기억하기조차 힘든 당적 변경을 수없이 하면서, 여전히 새롭고 깨끗한 정치인 행세를 해오다 자기에게 미련을 거두지 않은 얼마 남지 않은 팬들과 마침내 작별하게 될 ‘쇼’ 무대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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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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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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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뭉치02 2021.11.03  02:26
    제주제를모르고 저아니면않된다는 정신병자~제자신의 발언도  스스로 통제못한인간이 국가를경영하겠다?길가 골목길 개도웃겠다.벌써몇번째 국민을우롱하고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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