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에서 인기 높은 대형 SUV 시장 공략으로 EV 저변 확대
큰 차체에 3열 좌석…자율주행 시대 대응해 자유로운 공간 활용
육중한 덩치에도 항속거리 482km…배터리 성능 뒷받침돼야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첫 모델 아이오닉 5와 EV6로 성공을 거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이번엔 대형 SUV 전기차를 나란히 선보이며 더 넓은 수요층 공략에 나선다.
현대차‧기아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1 LA 오토쇼’ 사전 언론 공개 행사 ‘오토모빌리티 LA’에서 콘셉트카 ‘세븐(SEVEN)’과 ‘더 기아 콘셉트 EV9’을 나란히 공개했다.
콘셉트 EV9은 EV6에 이은 기아의 두 번째 전용 전기차의 디자인적 기반이 될 콘셉트카다. 콘셉트카 단계부터 양산차명을 반영했다.
세븐은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에 이은 세 번째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7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콘셉트카로, 양산차명은 살짝 숨겼다. 두 번째 모델인 아이오닉 6가 콘셉트카(프로페시) 단계까지만 공개된 상태에서 세 번째 모델을 내놓을 정도로 현대차는 전동화 행보를 서두는 모습이다.
세븐과 콘셉트 EV9은 대형 SUV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지금까지의 전기차가 출퇴근용이나 소가족 단위의 용도였다면 이들 모델은 커다란 차체에 3열 시트를 배치하고 6~7인 탑승이 가능토록 한 ‘제대로 된 패밀리카’다.
대형 SUV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서도 가장 ‘핫’한 세그먼트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 이 유행도 전기차 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전기 대형 SUV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전기차 시장 저변을 넓히는 한편, 전기차 사업에서의 수익성 개선 효과를 노리겠다는 현대차‧기아의 의도가 읽힌다.
콘셉트 EV9은 전장 4930mm, 전폭 2055mm, 전고 1790mm, 축거 3100mm의 제원을 갖는다. 기아의 내연기관 대형 SUV 모하비와 전장과 전고는 같고 전폭은 135mm나 넓으며, 축거도 205mm나 길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특성상 같은 전장으로도 실내공간에 반영되는 축거를 크게 늘릴 수 있다.
세븐의 상세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축거는 3.2m(3200mm)로 콘셉트 EV9보다 길다. 현대차‧기아 역사상 리무진이나 상용차를 제외하고는 이처럼 긴 축거를 가진 모델은 없었다.
현대차‧기아는 이처럼 넓은 실내공간에 바닥이 평평한 E-GMP의 특성까지 반영해 세븐과 콘셉트 EV9의 활용도를 무한대로 확장했다.
세븐의 경우 운전석 쪽으로는 도어를 하나만 장착한 대신, 조수석 쪽에 기둥이 없는 코치 도어(앞뒤 도어가 반대 방향으로 열리는 도어)를 적용해 도어를 열면 측면이 완전히 개방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평평한 바닥에 배치된 2개의 스위블링 라운지 체어와 1개의 라운지 벤치 시트는 상황에 따라 자유로운 공간 구성이 가능토록 했다.
벤치 시트는 2열부터 좌측부터 3열까지 ‘ㄱ’자 형태로 만들어졌고, 운전석과 2열 우측에는 360도 회전이 가능한 시트를 배치해 모든 탑승자가 둥글게 마주보고 앉아 거실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다. 완전 자율주행화를 고려한 포석이다.
콘셉트 EV9은 주행과 정차 상황에 따라 시트 방향을 변경할 수 있는 3가지 실내 모드를 갖췄다.
1~3열 모든 좌석이 전방을 향하는 통상적인 시트 배열인 ‘액티브 모드(Active Mode)’는 물론, 3열은 그대로 둔 채 1열을 180도 돌려 차량 전방으로 최대한 당기고 2열 시트를 접어 탁자처럼 활용하는 ‘포즈 모드(Pause Mode)’, 3열을 180도 돌리고 테일게이트를 열어 승객이 3열에 앉아 차량 외부를 보며 쉴 수 있는 ‘엔조이 모드(enjoy mode)’도 가능하다.
아이오닉 5, EV6의 선례를 따르기라도 하듯 세븐의 실내 구성은 급진적이고, 콘셉트 EV9은 익숙함과의 타협이 엿보인다.
생김새도 세븐은 아이오닉 5와 같은 사이버 펑크 디자인을 이어받은 반면, 콘셉트 EV9는 대형 SUV 특유의 강인한 근육질 몸매를 지녔다.
관건은 배터리 성능이다. 공차중량 2t을 훌쩍 넘길 육중한 덩치들에 지금보다 개선된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려면 배터리 성능도 월등히 좋아져야 한다.
세븐과 콘셉트 EV9은 모두 1회 충전 주행거리 482km를 목표로 잡고 있다. 350kW급 초급속 충전시 20분 이내 배터리 용량의 10%에서 80%까지 충전도 가능토록 할 예정이다.
여기에 현대차‧기아 전용 전기차 라인업의 시그니처 편의사양이라고 할 수 있는 V2L(차량 외부로 일반 전원을 공급하는 기능)을 적용하고 77인치 비전루프 디스플레이(세븐)와 같이 전력 소모량이 많은 기능도 장착하려면 더 가볍고 작은 공간을 차지하면서도 빠르게 많은 용량을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가 개발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시대의 자동차는 이동 중에도 탑승자들이 자유로운 활동을 누릴 수 있는 넓은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이를 고려하면 앞으로 전기차의 중심은 대형 SUV나 미니밴 등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