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계속된 식품 가격 결국 치킨값도 끌어올려
치킨, 가격 인상 신호탄...전체 외식 가격 오를 가능성 높아져
서민 저항력·부담 불가피…“월급 빼고 다 올라”볼멘 소리도
연초부터 계속된 식품 가격 도미노 인상이 결국 ‘국민 간식’ 치킨값도 끌어올렸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인 교촌치킨이 7년 만에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다른 치킨 업체들에 이어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가격을 상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8일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22일부터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교촌오리지날, 레드오리지날, 허니오리지날 등 한마리 메뉴와 순살 메뉴의 경우 1000원을 인상, 원가 부담이 높은 부분육(콤보·스틱) 메뉴는 2000원을 상향 조정한다.
교촌은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누적된 인건비 상승과 최근 전방위적으로 오른 물가로 부담이 컸다는 것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누적된 비용 상승 부담으로 가맹점 수익성 개선이 절실한 상황에서 더 이상 가격 조정을 늦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교촌이 가격을 인상함에 따라 ‘도미노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도 ‘터질게 터졌다’고 보는 분위기다. 신선육뿐 아니라 닭 사료 가격, 튀길 때 사용하는 식용정제유, 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이 상승해 가격 인상 압박 요인이 컸다는 설명이다.
교촌과 함께 치킨업계 ‘빅3’로 꼽히는 제너시스BBQ와 bhc는 “당장 가격 인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경쟁사가 먼저 총대를 멘 이상 인상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최근 치킨업계는 배달앱 수수료와 배달 대행비 부담이 커지면서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고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힘 써왔다. 치킨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르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 메뉴와 함께 주문할 수 있는 사이드 메뉴 판매를 늘려 수익을 높이고자 노력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치킨업계에서 사이드 메뉴 개발과 신사업 진출 등의 행보가 이어져온 이유는 결국 가맹점 수익성 개선에 방점이 있다”며 “치킨가격은 그대로인데 최근 배달 수수료부터 각종 물가인상까지 이어지면서 가맹점주의 이윤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치킨업계가 가격을 조정하면서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일반 음식점도 가격을 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불황을 거치면서 노동시장에서 사라진 인력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등 때 아닌 ‘구인난’에 인건비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특히 식품·외식 기업 주요 기업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면 경쟁사들 역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미 가격인상이 단행된 라면의 경우 오뚜기가 가격을 올리자 농심, 삼양식품, 팔도 등이 2주~1달 간격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우유 역시 서울우유협동조합의 가격 인상 이후 매일유업, 남양유업, 롯데푸드 등도 가격을 올렸고, 음료 가격 역시 줄인상이 이어졌다. 코카콜라음료와 해태htb는 ‘환타 오렌지’, ‘스프라이트’ 등 주요 음료 36종의 편의점 판매 가격을 평균 5.9% 인상했다.
내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원두 가격이 인상되면서 커피 가격도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원두값이 오르게 된 건 세계 1위 원두 생산국인 브라질의 이상 기후 때문이다. 커피를 습관처럼 마시고 의존도가 높은 직장인들에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배달료 인상도 외식업체의 가격 인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1월 들어 배달대행료가 4500원 수준으로 일제히 올랐다. 2019년과 비교하면 50%, 지난해와는 30% 인상됐다. 그동안 업주들은 배달료의 상당 부분을 부담해 왔다.
잇따른 식품 물가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의 반발도 커지는 분위기다. 햇반, 참치캔, 라면에 이어 치킨까지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먹거리 물가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한 직장인(30대)은 “광화문·강남·여의도 등 서울시내 주요 오피스 권역 직장인의 체감 외식 물가 상승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며 “가파르게 치솟는 '점심 값'에 김치찌개 등 ‘서민음식’이라는 이름값이 무색할 정도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