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기 전 靑 비서관, 연희동서 전해
"김일성왕조 무너지는 날 맞고 싶다"
'5·18 발포 명령설'은 재차 강력 부인
"보안사령관이 명령? 말이 안 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유지(遺旨)는 '북녘 땅이 보이는 전방의 고지에 백골로 남아서라도 통일을 맞고 싶으니 화장해서 뿌려달라'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 전 대통령의 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2017년 출간된 회고록 3권 648쪽의 내용을 소개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반민족적·반역사적·반문명적 집단인 김일성 왕조가 무너지고 조국이 통일되는 감격을 맞이하는 날이 가까이 왔음을 느낀다"며 "그 전에 내 생이 끝난다면 북녘 땅이 보이는 전방의 어느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있으면서 기어이 통일의 그날을 맞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회고록에 기술된 내용 외에 생전에 대면한 자리에서 유언으로 여길만한 내용은 달리 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민 전 비서관은 "평소에도 '나 죽으면 화장해서 그냥 뿌리라'는 말씀을 가끔 하셨다"며 "가족들은 유언에 따라 그대로 (화장으로)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8년부터 1990년 사이에 백담사에서 유폐 생활을 하면서 불교로 개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식 장례법도 화장이다. 다만 장례는 화장으로 하되, 화장한 유해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뜻이 모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민정기 전 비서관은 "전방 고지라는 게 장지인데 우리가 (전방에 뿌리겠다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장지가 결정될 때까지는 일단 화장한 뒤에 연희동 (자택)에 모시다가 결정되면 그리로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민 전 비서관은 논란이 되고 있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사죄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유가족에 대한 사과는 한 적이 있다면서, 이른바 '발포 명령'에 대한 사죄를 하라는 것이라면 발포 명령이 없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사과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민정기 전 비서관은 "발포 명령이라는 것은 없었고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맡고 있던) 보안사령관이 발포 명령을 한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며 "육하원칙에 따라 그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몇월 며칠 몇시에 어디서 어떤 부대를 어떻게 지휘했고 누구에게 어떻게 발포 명령을 했는지를 적시한 다음에 사실이냐 아니냐를 묻고 사죄하라고 해야지, 무조건 '사죄하라'고 하면 되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형사소송법에도 죄를 물으려면 시간·장소를 구체적으로 특정해서 물으라고 돼있다"며 "그냥 막연하게 '사죄하라'는 것은 옛날 원님이 사람 붙잡아놓고 '네 죄를 네가 알렷다'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발포 명령'이 아닌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사과에 대해서는 "이미 한 바 있다"며 "백담사에 있을 때도 그렇고, 여기 연희동에 돌아온 뒤로도 여러 차례 (사과)했는데 더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