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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입법독주에 대한 우려


입력 2021.11.28 07:44 수정 2021.11.28 09:20        데스크 (desk@dailian.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회의실에서 열린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24일 개최된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단 및 간사단이 참석한 ‘민주당 민생. 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민생입법 강행을 주문했다. 이 후보는 국민이 민주당에 압도적 다수의석을 준 것은 ‘장애물이 생기면 그 힘으로 넘으라고 준 것이다. 반대하면 반대를 뚫고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라고 권력과 권한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야당의 반대가 있더라도 절대다수의석을 바탕으로 단독처리나 패스트트랙 등 국회법상 절차를 최대한 활용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상응하는 문책이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등 ‘책임’, ‘문책’을 수차례 거론하며 당직자들의 태도를 질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이런 이 후보의 모습은 최근 보여 온 일련의 ‘눈물’, ‘사과’와는 결이 달라 보인다. 이 후보는 지난 20일 논산의 재래시장 좌판에서 나물 파는 할머니를 보고 ‘모친 생각이 난다’며 눈물을 훔쳤다. 다음 날인 21일에는 국립대전현충원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묘역에서, 그리고 22일에는 선대위 회의에서 전국 순회 도중 시장에서 ‘가난한 사람 좀 살 수 있게 해달’고 우는 사람이 있었다고 소개하며 울먹였다.


눈물뿐만 아니라 과거에 대한 솔직한 사과까지 연이었다. 음주운전‧형수 욕설 등 개인사에 대한 사과는 물론 민주당이 그동안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충분한 성과를 못냈음’을 사과했다. 22일 선대위 회의에선 ‘새로운 출발은 성찰과 철저한 반성에서 시작된다’며 ‘사과와 반성’을 다섯 차례나 언급했다.


이런 전략이 주효했는지 최근 이 후보의 지지율이 기지개를 켜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대선후보경선 이후 오차범위 밖으로 크게 벌어졌던 이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씩 상승하며 26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여론조사에서는 39.8%까지 올라 윤석열 후보(42.0%)와 불과 2.2%p 차이로 접근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후보의 ‘눈물’과 ‘사과’를 그동안 민주당의 입법독주와 그로인한 부작용, 정부의 실정에 대한 반성으로 이해했던 것은 필자만의 오해였을까? 위에서 언급된 간담회에서의 발언으로 미루어 볼 때, 이 후보의 의중은 민주당이 절대다수의석임에도 불구하고 쟁점법안들을 좀 더 강력하게 밀어붙이지 않은데 대한 반성이었던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제21대 총선에서 180석을 확보한 민주당(위성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포함)은 절대다수 국민의 뜻이라며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차지하고 각종 쟁점법안들을 강행처리했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이런 오만함이 민심을 거슬러 총선 1년 만에 실시된 4.7 재‧보궐선거에서는 참패를 당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민주당 원내대표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수의석을 등에 업은 입법 폭주라는 여론의 질타를 겸허히 수용’하면서, 앞으로의 국회운영은 ‘반대 의견을 충분히 피력할 수 있도록 토론을 충분히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도 각종 쟁점법안들을 일방적으로 처리하기 보다는 야당과 최대한 대화하고 타협하려는 모습을 보여 왔었다.


하지만 이 후보와의 간담회 다음 날인 25일 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후보가 전하려는 진심을 모두 담아 변화와 혁신에 더욱 매진하겠다’며 ‘부동산 등 주요 입법과제에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밝혀 필요하다면 강행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법은 국민들의 이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입법이 다소 지체되더라도 국민들의 다양한 이해를 조정해 가장 합리적인 최선의 안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수의석을 가진 정당의 뜻대로 법안을 만들고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해 버린다면 그런 국회가 과연 존재할 가치가 있는 지 의문이다. 소수의 의견도 존중해야 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다.


간담회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조차도 ‘이 후보의 민주당이 막 밀어붙이는 거 아니냐 하는 (여론의) 공포가 있을 것 같다. 조금 더 정제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한다. 타당한 지적이다. 많은 국민들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거대여당의 독선적인 모습을 곱게 보지 않을 것이다.


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기 보다는 합리적인 대안을 갖고 성심껏 타협하는 열린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그런 모습이야 말로 수권정당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보여주어 대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글/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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