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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정의 장담] 신기루, 유튜브 스타의 성장통 또는 한계


입력 2021.11.28 08:08 수정 2021.11.28 07:14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박명수의 라디오쇼’서 선 넘는 발언으로 논란

15년 무명생활 끝에 유튜브 웹예능으로 주목을 받은 코미디언 신기루가 라디오 생방송 도중 선을 넘은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거칠지만, 솔직하고 과감한 신기루의 개그가 지상파 라디오 생방송에서는 ‘부적격’ 판정을 받은 셈이다. 유튜브부터 TV,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까지. 코미디언들의 활동 무대가 넓어지고 있지만, 각 플랫폼에 맞는 개그를 선보이는 것이 새로운 숙제가 되고 있다.


ⓒ박명수의 라디오쇼 SNS

지난 24일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에는 신기루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최근 거침없는 입담으로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의 출연에 기대감이 쏠렸지만, 청취자들의 기대는 곧 불쾌감으로 바꼈다.


선물 받은 신발 브랜드의 상표명을 그대로 노출하며 박명수를 당황케 한 신기루는 이후에도 아슬아슬한 발언들을 쏟아낸 것이다. “음식도 남자도 조금씩 다양하게 맛보는 걸 좋아한다”, “남편과 차에서 첫 키스를 했는데 차가 들썩거렸다” 등 아찔한 토크로 놀라움을 자아내는가 하면, 방송 말미 비속어까지 사용해 청취자들을 경악케 했다.


박명수가 신기루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달라고 말하자, 신기루가 “저 이 말은 꼭 하고 싶다”라고 운을 떼더니 “저한테 돼지, 뚱뚱하다, 무슨 무슨 X 하시는 분들은 괜찮은데 제가 박명수 선배한테 건방지게 군다는 사람들이 있더라. 그런 오해는 하지 말아 달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갑작스러운 욕설에 박명수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방송 직후 비판이 쏟아졌다. 오전 11시, 전 세대가 청취하는 KBS 라디오 생방송에서 언급하기에는 부적절한 발언들이었다는 지적이다. 방송 내내 진행자 박명수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제지를 했음에도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신기루의 안일함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신기루의 ‘캐릭터’라고 옹호하기도 한다. 지난 2005년 KBS2 ‘폭소클럽’을 통해 데뷔한 16년 차 신기루는 특별한 관심을 받지 못하는 무명에 가까운 코미디언이었다. 그런 신기루가 동료 코미디언 이용진의 유튜브 채널 ‘터키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었다.


이 방송에서 신기루는 남편과 결혼하기까지의 과정, 또 현재 결혼 생활에 대한 속내를 적나라하게 표현해 화제를 모았고, 이후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 MBC ‘놀면 뭐하니?’ 등에 연이어 출연하며 대세로 떠올랐다. 다소 위험하지만, 아무나 하지 못하는 발언들로 대리만족을 선사하는 토크가 곧 신기루의 강점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신기루의 토크가 논란으로 이어진 것 결국 그가 수위 조절에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신기루는 물론, 최근 다양한 플랫폼을 무대로 삼는 코미디언들이 유사하게 겪는 시행착오이기도 하다. 앞서 ‘19금 토크’로 주목을 받은 뒤 넷플릭스에서 이를 주제로 한 단독 코미디쇼까지 선보였던 박나래가 결국 선을 넘어 성희롱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그는 지난 3월 스튜디오 와플의 웹예능 ‘헤이나래’에서 남성 캐릭터 인형을 두고 성적 발언을 해 사과를 했었다. 특히 당시 키즈 유튜버 헤이지니가 함께 출연했고, 어린이 시청자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며 더욱 거센 비난을 받았었다. 19금 토크쇼에서 선보였던 수위 높은 발언을 15세 관람가의 유튜브 영상에서 구사하려다가 대중들의 불쾌감을 자아낸 것이다.


유튜브와 TV, OTT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일이다. 콘텐츠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더 많은 기회를 얻는 출연자들도 늘고 있다. 다만 각 플랫폼마다 요구하는 역할이 다를 수밖에 없고, 이를 수행하는 것은 출연자의 몫이다.


신기루 역시 시청자들이 원하는 매력을 보여주면서도, 각 플랫폼에 맞는 태도를 지켜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를 받게 됐다. 활동 범위를 넓힌 만큼, 유연한 자세로 토크를 조절하는 영리함이 필요해진 것이다. 기로에 선 신기루가 성장을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할지 혹은 유튜브에 적합한 한정된 역할의 코미디언으로 남게 될지는 이제 그에게 달렸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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