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현장]1등 어촌체험마을 백미리는 ‘다 계획이 있구나’


입력 2021.12.02 11:01 수정 2021.12.02 10:22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어촌뉴딜사업으로 확 달라진 백미리

꾸준한 변화·개발로 젊은층 유입 늘어

공동체 활성화, 어촌 신모델로 성장 중

1등은 어디가 달라도 달랐다. 1등 어촌체험마을이 어촌뉴딜사업과 만나 더 달라질 것이라는 말을 듣고 기대감과 함께 현장을 찾았다.


마을로 들어서는 길은 생각보다 협소했다. 연간 13만명이 찾았던 길이라는데 생각보다 좁은 도로로 접어들어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시야가 트인 넓은 터에 주차장과 건물들이 막 들어선 듯 막바지 정리사업에 분주했다.


새로 조성된 체험시설에서 바라본 백미리 갯벌 ⓒ해수부
‘백가지 맛 백가지 즐거움’으로 공동 브랜드화…인프라 지원으로 새도약 꿈꿔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 마을. 백미리는 일백백(白)에 맛 미(味)라는 뜻으로 ‘맛이 다양하다, 자원이 많다’고 해석돼 이 곳 사람들은 이름값을 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마을 브랜드를 한층 업그레이드해 ‘백가지 맛 백가지 즐거움’으로 무장하고 새로운 마을 콘텐츠를 개발하고 접목하는 중이다.


마을 주민들이 똘똘 뭉쳐 어촌계를 형성하고 입소문 난 성공한 체험마을이 되기까지 개인보다는 어촌계 중심으로 공동작업, 공동판매 등 공동체 활성화를 실현해온 덕에 여타 마을 보다 수익도 높고 사람이 몰리는 마을로 성장했다.


이제 백미리 마을은 어촌뉴딜사업으로 인해 한 단계 더 변모를 꿈꾸고 있다. 2019년부터 해양수산부와 지자체가 추진해온 어촌뉴딜300사업의 수혜자가 된 백미리 마을에는 105억원 가량이 투입돼 마을체험복합시설과 숙박시설, 주민공동시설, 주차장 및 여가복합공간 등의 인프라와 마을 안길 정비와 디자인 개선, 주민 역량강화 및 지역협의체 등이 만들어졌다.


어촌뉴딜사업으로 탄생한 마을정보센터 ⓒ해수부
백미리 마을 체험시설들 ⓒ해수부
잘 조성된 주차장 ⓒ해수부

이창미 백미리 마을 사무장은 “이 곳에서는 생산, 판매, 체험운영 등 모든 걸 백미리라는 이름으로 주민들이 한다”면서 “이번에 정부 지원을 받아 각종 시설과 새로운 토대가 마련됐으니 열심히 노력해 부가가치도 높이고 마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열심히 할 계획”이라며 의지를 표했다.


농촌 고령화와 소멸화가 시대적 화두이자 고민인 와중에 이 곳 백미리는 문호를 개방하면서 젊은 층의 유입이 늘고 찾아오는 젊은 층도 많아 마을의 활기를 모두 함께 만드는 중이다.


다각적인 마을사업으로 부가가치를 실현하되 최대한 편리하게, 생산자와 이용자 모두 윈윈하는 구조로 만들어 다시 찾게 만드는 마을 조성을 목표로 두고 있다 하니 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마을은 평균연령대가 50대가 됐고 열정이 가득한 이들은 젊은 층의 아이디어와 노년층의 경험이 어우러져 날마다 변모하는 중이다. 꾸준히 성장해 2000년 8억6000만원이던 마을체험 수익이 20년이 지난 2020년 21억8000만원으로 253% 증가했다. 수산물 수입도 16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17년 전 백미리 마을은 인근 항구들 중에서도 가장 못사는 꼴찌마을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나마 보존된 갯벌을 터전 삼아 2011년 시작한 어촌체험마을에 마을 주민들조차 ‘누가 이 곳에 오겠냐’며 자조했던 때가 있었다.


백미리 마을 풍경과 갯벌체험 ⓒ해수부

하지만 꾸준히 노력해 온 결과가 좋았다. 최초라는 수식어도 따라 붙었다. 처음으로 연어장을 만들어 판 곳도 이곳인데, 당시에는 핀잔도 많이 받았다. “안 그래도 수산식품이 많은데 뭘 또 만드냐”고들 했지만 SNS 등 소셜미디어에 이미 해외여행 중에 찍은 먹거리 사진들로 빼곡한 부분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성장에는 역시 사람들이 한 몫 했다. 2005년 자율관리공동체로 65명 정도와 이 곳이 고향인 김호연 어촌계장이 어촌계를 시작, 10년 전 이주해 백미리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한 이창미 사무장이 합세하면서 주도적인 추진과 마을주민들의 뒷받침이 있었다.


전형적인 반농반어 마을인 이 곳은 총 인구 434명 중 어촌계원은 124명이 활동 중이며 최근 인구유입이 늘고 있다. 그간 특화된 망둥어와 김, 낙지와 바지락 조개잡이, 고추, 포도, 블루베리 등이 체험으로 이어지면서 어촌체험마을로 각광 받았다.


2018년 정부와 지자체 지원사업인 어촌뉴딜300사업에 신청해 2019년부터 3년간의 조성 끝에 백미리 마을의 외형은 크게 달라졌다. 그간의 1등 콘텐츠를 발판삼아 가족단위 에듀테인먼트 기능을 동한 새로운 생태휴양루트 구축과 백리미 어촌마을 체류시간을 늘리는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전국 유일 김·감태·연자육 아이스크림부터 전국 최고 캠핑장 꿈꾸는 사람들


무엇이든 열심히 한다는 의지를 가진 백미리 마을은 요즘 특산물을 활용한 아이스크림과 일명 ‘슬로푸드’ 개발에 빠졌다.


또 그간 어촌의 차별화를 고수하며 농로 같은 좁은도로에서 벗어나 진입로도 넓히고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캠핑장, 염전과 머드체험장, 해안정원, 힐링 할 수 있는 숙박시설과 카페 및 슬로푸드 체험장 등을 착착 준비하고 있다. 서해의 아름다운 낙조와 싱싱한 조개구이는 덤이다.


백미리 마을 주민들이 만드는 일명 바리스타 커피 ⓒ해수부
백미리 신개발품 해조류 아이스크림 ⓒ해수부
젊은층 입맛도 고려한 백미리표 슬로푸드 ⓒ해수부

체험과 힐링이 시대의 조류이긴 하나 ‘마을로 찾아오라하고 내어줄 게 없으면 안 된다’는 지론이 다시금 이들을 채찍질 하고 있다.


이미 마을 주민 거의가 바리스타 교육과 자격증을 갖추고 있다 보니 일품 커피 맛을 자랑하는 사이 체험 고객들이 몰렸고, 이제는 커피믹스를 주로 찾던 주민들이 커피의 산미를 구별해낼 정도로 자부심도 느낀다.


커피에 이어 이들이 내어놓은 이 곳 특산물인 김, 감태, 연자육(연꽃의 씨앗) 첨가해 만든 아이스크림은 그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는 차별성을 가진 동시에 해조류 아이스크림이라는 선입견을 없앨 정도로의 맛을 보장했다.


김 특유의 고소함과 감태의 감칠맛, 연자육의 맑은맛에 달달함이 한껏 가미돼 풍미가 진한 아이스크림으로 재탄생 되고 있었다. 거금 5000만원을 들여 기계를 들이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제품이라지만 적어도 이날 체험객들의 입맛은 사로잡았다.


또한 개발 중인 슬로푸드로 바지락무침과 해산물 크림을 얹은 빵·스파게티 등 백미리 표 푸드도 등장했다. 보존을 위해 주로 젓갈로 먹던 바지락은 젊은 층의 입맛을 고려해 덜 짠 무침으로, 각종 해산물을 크림소스와 접목시켜 신세대 입맛을 겨냥한 먹거리로 연구 중이다.


1차적으로 신선한 마을 농수산물로 건강식을 만들고 더 나아가 전국 특산물도 공수해 활용하는 방안으로, 궁극적으로 농수산물 판로를 열어보겠다는 원대한 의지도 담았다.


체계적인 체험마을로 가기 위해 마을 사람들 15명 정도가 농어촌 체험지도사로 자격을 갖췄고 사회적기업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재 심사 중으로 통과하면 예비 사회적기업으로서의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백미리 사람들은 ‘부지런함과 하고자함’이 오늘날 1등을 만들었다고 스스로들 생각하고 있다. 작은 어촌마을에서 개발만능주의에 치우치지 않고 지킬 건 지켜가며 또 하나씩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변화·발전하다보면 ‘어촌의 새로운 롤모델 만들기’를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가 주창하는 ‘변화와 혁신’이 이 곳에 있었다. 도전과 실행이 발전으로 성과를 내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곳으로,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백미리는 다 계획 있구나’라는 묘한 설득력이 느껴진다.


백미리 주민들의 여가생활 난타 ⓒ해수부
체험조개를 잡으면 싱싱한 조개구이를 바로 맛볼 수 있다. ⓒ해수부

물론 어려움도 있다. 어촌체험마을 특성 상 단체고객 들이 찾아와 줘야 하는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체험의 빈도가 줄어들고, 최근 시류로 등장한 ‘차박’으로 인해 일부 사용자들이 항구를 오염시키는 사례 등이 늘면서 적지 않은 고됨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백미리 주민들은 어촌뉴딜사업이 준 또 하나의 기회를 바탕으로 마을의 발전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을 공동의 부가가치가 많아지면 그간 고생한 마을 어르신들의 복지에 쓰고, 멘토가 된 어르신들은 젊은 귀농귀어인에게 기회를 넘겨주는 어촌마을을 만들겠다는 이곳 백미리 주민들의 열정이 농어촌의 소멸을 극복하는 데 성공사례가 돼주길 바란다.

'현장'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소희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