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D:이슈] 세실극장도 폐관 수순…사라지는 소극장, 되살릴 방법 있나


입력 2021.12.19 13:25 수정 2021.12.18 18:2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10일 세실극장 장비 모두 철수...극장 기능 상실

소극장 문화를 꽃 피우며 한국 현대 연극을 이끌었던 정동 세실극장도 결국 폐관 수순을 밟게 됐다. 서울연극협회에 따르면 대한 성공회의 요청에 따라 지난 10일부로 극장 장비를 모두 철수시켰다. 결국 세실극장은 극장으로써의 기능을 사실상 모두 상실한 셈이다.


ⓒ서울연극협회

그동안 다섯 번의 주인을 바꿔가며 명맥을 이어간 세실극장은 2018년 1월 경영 위기로 폐관에 내몰렸다. 서울시는 극장 소유주인 대한 성공회와 협력해 세실극장을 재임대했고 여섯 번째 운영자로 서울연극협회를 선정했다.


같은 해 4월부터 세실극장을 운영해온 서울연극협회는 2018년 9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약 1년4개월 동안 40여개 단체의 공연과 축제를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지원했다. 기존 대관료를 약 60%까지 인하했고, 노후화된 시설물 개보수를 통해 안전을 강화했다. 그럼에도 극장 운영은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옥상 시민공간 조성 공사에 따라 운영이 중단됐고, 그해 10월 정상화됐지만 무대 상부에서 전기합선이 계속 발생했다.


협회는 조명과 전기 시설을 교체하지 않는 이상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운영을 중단했고 이를 서울시와 성공회에 통보했다. 서울시는 정밀진단 컨설팅을 통해 심각한 전기 문제점을 발견했고 운영 재개를 위해 여러 대안을 마련했지만 소유주인 성공회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서울시는 성공회 요청에 따라 협약을 해지했다.


지춘성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협회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기간은 1년7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 그동안 예술단체의 다양한 작품이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지원하며 공공성을 지켜 나가고자 했지만, 그 사이 극장에 심각한 문제가 발견됐고 결국 폐관을 막지 못했다”며 “극장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공회의 결단이 필요하다. 세실극장이 계속 극장으로 남을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세실극장은 1976년에 개관해 1977년부터 1980년까지 연극인회관과 서울연극제의 전신인 대한민국연극제가 개최된 극장이다. 삼일로창고극장과 함께 상업주의 연극에 반대하며 소극장 문화를 꽃 피웠다. 6·10 항쟁 민주화 선언이 이뤄진 곳이기도 해 이번 폐관 소식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비단 세실극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전히 연극의 순수성과 예술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연극인들이 존재하지만, 소극장은 이제 예전의 명성을 찾긴 힘든 현실이다. 실제로 연극의 산실로 불리는 대학로 역시 이미 오래 전부터 땅값,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소극장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공연예술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학로 지역의 300석 미만 규모 소극장은 지난 2013년부터 5년 사이 151개에서 133개로 대거 줄었다.


그렇지 않아도 형편이 어렵던 소극장은 특히 2년여간 이어지는 코로나19 여파로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2003년 12월 약 150석 규모로 문을 연 소극장 ‘나무와 물’은 올해 2월부터 코로나19로 공연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그나마 조금씩 들어오던 수입마저 끊겼다.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자 결국 지난 4월 폐업을 선언했고, 공식적으로 5월 1일 폐관했다. ‘나무와 물’에 이어 서울 종로5가의 50석 극장 종로예술극장도 지난 6월 문을 닫았다. 코로나19로 관객이 줄고 공연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임대료 등 지출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공연계 매출은 1월 37억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2월 169억원, 3월 208억원, 4월 230억원, 5월 265억원, 6월 256억원 등 완만한 회복선을 보였다. 그러나 300석 미만의 소극장 매출액은 동기간 비슷하거나 더욱 악화됐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공연 예술업계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사실상 실용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한 극단 관계자는 “사실 지원도 소극장 중에서도 유명도가 있는 대형 극단들에게 주로 혜택이 가는 것이 현실”이라며 “소극장 공연에 대한 지원이 이어져야 근본인 토대가 무너지지 않는다. 연극과 같은 기초예술은 지원 없이는 사실상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이 관계자는 “극장의 역사성, 정부의 지원에만 기댈 것은 아니다. 소극장들도 그 자체의 브랜드 가치를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