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수수료만 최소 170억
현대오일뱅크도 대표 주관
내년 주관실적 1위 가능성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이 내년 첫 코스피 상장을 앞둔 가운데 국내 대표 주관을 차지한 KB증권의 도약이 주목된다. 현재 KB증권은 IB 부문 중 채권발행시장(DCM)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굵직한 IPO 딜을 수임하며 주식발행시장(ECM)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IB 명가’로도 입지를 굳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다음달 27일 상장을 목표로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LG에너지솔루션의 희망공모가 범위(밴드)는 주당 25만7000원에서 30만원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른 공모 예정 금액은 최소 10조9225억원에서 최대 12조7500억원이다.
공모가를 기준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최소 60조1380억원에서 70조2000억원이다. ‘따상’(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에 형성된 뒤 상한가)에 성공할 경우, 상장 당일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시가총액 2위 기업으로 도약한다. KB증권과 함께 외국계 투자은행(IB) 모간스탠리가 상장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이들이 벌어들일 수수료 수입도 막대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주관사와 인수단에 최소 765억원의 인수수수료를 지급할 예정으로 공모 흥행에 따라 성과 인센티브가 주어지면 총액은 1275억원으로 늘어난다. KB증권의 배정 물량 비율은 22%로 최소 약 170억원의 보수를 받게 된다. 올해 총 IPO 수입과 비슷한 규모다.
이외에도 KB증권은 내년 현대오일뱅크, 현대엔지니어링, 원스토어, SK쉴더스(구 ADT캡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대어급 기업의 상장을 주관한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건설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내년 2월 코스피 상장이 목표다. 이번 IPO를 통해 최대 1조2000억원을 공모한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정유사인 현대오일뱅크도 지난 13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며 세 번째 상장 도전에 나섰다. 공모 과정에서 10조원 안팎 몸값을 목표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은 공모주 청약을 위해 자사에 유입된 투자자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 장기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KB증권은 공모주 청약 고객들을 위해 중·단기 자금운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특판상품을 출시하며 환불금 재유치·신규 고객 유치에 집중했다. 최근에는 ‘공모주 능력고사’를 풀고 만점을 받은 고객에게 국내 주식 5000원 쿠폰을 증정하는 이벤트 등을 진행했다.
이홍구 KB증권 WM총괄본부장은 “LG에너지솔루션 IPO를 앞둔 상황에서 다양한 혜택을 누리며 공모주 청약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이벤트”라며 “공모주 청약을 통해 KB증권과 함께 하는 고객들이 KB증권의 상품과 서비스에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DCM 전통 명가를 넘어 ECM 신흥 강자로 부상한 KB증권은 이를 계기로 IB의 영엽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올해 IPO 부서를 업계 최초로 4개 부서로 확대해 인력을 보강하고 업계 최대 용량 수준의 서버 장비를 확보하는 시스템 투자를 단행했다. 내년에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IPO 전통 강자인 ‘빅3’ 증권사들이 모두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주관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상황에서 큰 반격의 기회를 얻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이 대다수 빅딜을 따내 창사 이래 처음으로 IPO시장 내 주관실적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그동안 빅딜은 대형 증권사들에게 주관 쏠림이 나타났지만, KB증권이 작년 원스토어 등 대표주관사 선정을 계기로 대어급 빅딜 경험을 쌓기 시작하면서 판도가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