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들 듣기에 오해의 여지 충분
재차 "선뜻 안 내킨 정당" 쐐기 박아
'정당'의 정의 상기시킨 尹 발언
이번엔 적절한 타이밍에 사과해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자신이 몸담은 정당에 대해 "선뜻 내키지 않은 정당이었다"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 10월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고 말한지 두 달 만이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순천 에코그라드호텔에서 열린 전남 선대위 출범식에서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유에 대해 "국민의힘이 그동안 제대로 잘 못했기 때문에 우리 호남 분들이 그동안 국민의힘에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지지를 하지 않으셨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며 "정권교체를 해야 겠고, 민주당은 들어갈 수 없어서 부득이 국민의힘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첫째, 민주당에 들어갈 수 없어서 둘째, '부득이' 국민의힘을 선택했다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말은 당원들이 듣기에 오해의 여지가 충분했다.
그럼에도 그는 출범식이 끝난 뒤 해당 발언의 진의를 재차 묻는 취재진과 만나 "제가 정치를 시작하며 9가지의 생각이 달라도 정권교체라는 한가지가 같으면 함께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당시 국민의힘이 9가지의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이 선뜻 내키지 않는 정당 아니였느냐"며 아예 쐐기를 박았다.
윤 후보는 지난 6일 공식 선대위 출범식에서 100가지 중 99가지가 달라도 정권교체라는 한 가지만 뜻이 같다면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날 그의 발언을 듣고 보니 자신과 국민의힘이 '정권교체'라는 목표 딱 하나만 맞고 나머지 99가지는 맞지 않다고 고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의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정당이 정권을 잡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 밑에는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함께한다'는 기본 전제가 깔린다. 정권교체만 하면 된다는 식의 그의 발언은 국민의힘은 수권정당이 아닌 투쟁정당일 뿐이라고 시인하는 꼴이 아닌가.
게다가 윤 후보는 '민심을 이긴 당심'으로 후보가 된 인물이다. 그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2차 전당대회에서 책임당원의 표 57.7%를 얻어 34.8%에 그친 홍준표 당시 경선 후보를 압도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는 37.94%를 얻어 48.21%를 득표한 홍 의원에게 10%p 차로 뒤졌었다.
윤 후보의 발언을 듣는 국민의힘 당원들의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대선 후보가 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는 발언에 좀 더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
윤 후보는 그간 이같은 '실언' 논란이 일 때마다 비슷한 패턴을 반복했다. 첫 번째로 발언의 정당성을 해명하려고 노력하다 두 번째로 자신의 진정한 뜻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언론을 탓했고. 세 번째 단계에 들어서야 뒤늦은 사과에 나서 일을 키웠다.
윤 후보가 이번만은 사과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종인 총괄위원장의 말을 빌리자면, 사과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