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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마틴 스콜세지 VS 톰 홀랜드, 예술·상업 영화 사이의 가치 대립


입력 2021.12.29 14:18 수정 2021.12.29 09:19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톰 홀랜드, 마틴 스콜세지 2년 전 인터뷰 반박

'스파이더맨: 노 웨이홈', 아카데미 작품상 위한 캠페인 전개

시간이 지날 수록 상업영화와 예술영화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다양성과 예술성을 대표하는 작품들은 대중적으로 입지가 좁아지는 반면, 거대 자본이 투입되고 볼거리로 무장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아 흥행의 유리한 고지에 있다. 심지어 예술 영화들은 상영의 기회조차 상대적으로 적게 주어져 관객들의 온전한 평가를 받기도 어렵다.


ⓒ'히치콕 트뤼포' 스틸컷, 뉴시스

흥행에 성공한 상업 영화라고 영화계에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인정받는 오스카나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 등에서 블록버스터나 히어로물이 유난히 홀대받고 있다고 토로한다. 두 영역의 거리를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배우 톰 홀랜드 사이에서 일어났다.


톰 홀랜드는 최근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마틴 스콜세지가 "마블 영화는 영화(cinema)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 반박했다. 마틴 스콜세지는 2019년 영국 엠파이와의 인터뷰에서 "마블 영화는 영화라기보단, 테마파크에 가깝다"라고 발언했다.


마틴 스콜세지는 "솔직히 그 영화들을 드러내는 가장 가까운 표현은, 배우들이 주어진 상황 속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는, 가장 잘 만든 '테마 파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마블 영화에서도 영화의 여러가지 요소가 들어가 있지만 폭로와 미스터리, 도전, 리스크라 할만한 것은 그 어떤 것도 들어가 있지 않다. 그 영화들은 시장의 어떤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획돼 제작되는 상품이다. 여러가지 테마로 변주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속편이라 이야기되지만 그 본질은 자가복제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것이 현대의 영화 프랜차이즈의 본질이다. 이 때문에 인디 영화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이 우려된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지난 20년간 영화 산업의 변화를 느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완벽한 프로덕션 과정과 재능있는 스태프들이 팀을 꾸리지만 동시에 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예술가 한 사람의 통일된 비전이 사라지고 있다. 이런 위험 요소가 없어지는 것이 현대 예술 영화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톰 홀랜드는 이같은 마틴 스콜세지의 발언에 대해 "스콜세지 감독에게 마블 영화를 만들고 싶냐고 하면 그는 안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한 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나는 마블 영화도 참여해봤고 다른 영화들도 출연했다. 오스카 후보에도 오른 영화들에 나왔었는데 단 한 가지 차이점은 마블 영화들이 훨씬 제작비가 높다는 것 뿐이다. 캐릭터에 대한 연구나 감독이 스토리와 캐릭터를 구성하는 것은 모두 다 똑같은 과정을 거친다. 결론은 모든 영화는 다 예술이라는 것이다. 마블 영화도 예술이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톰 홀랜드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의견에 반박하며 "마블 영화를 만들어보지 않았기 때문에"라는 무례한 표현을 해 질타를 받고 있지만 젊은 배우와 거장이라 노년의 감독이 자라온 시대적 상황과 영화적 가치 변화를 고스란히 비추는 상황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유수의 영화제에 상을 받은 감독이 영화를 연출한 경우, 감독의 이름값으로 대중적으로 조명을 받았지만 현재는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 영화 산업이 오래되면서 예술 영화는 고립되고, 영화의 가치는 예술성과 다양성보다는 관객을 동원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골자는 예술성과 다양성을 지난 작품들 역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시장 환경의 조성이 필요하다는 발언일 테지만, 슈퍼 히어로물에 대한 박한 평가를 주고 있는 영화계의 엘리트적인 고정관념에 대한 톰 홀랜드의 의견도 생각해 볼 만한 문제다.


실제로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은 슈퍼 히어로 영화에 대한 인식 변화의 일환으로 94회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기 위한 캠페인을 벌인다. 마블 스튜디오의 CEO 케빈 파이기는 "사람들이 극장에 가서 일어서면서 환호하고 눈물을 흘리는건 정말 좋은 일이다. 그들은 20년간 극장에 가서 경험하는 모든것을 기억하고 늘 느끼길 원하기 때문이다. 아카데미도 그런 면을 인정해주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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