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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 대한항공-아시아나 M&A 나비효과 수혜 가능할까


입력 2022.02.08 06:00 수정 2022.02.07 19:05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9일 공정위 전원회의서 양사 기업결합 승인 조건에 이목 쏠려

운수권·슬롯 반납 후 재분배 LCC 국제선 추가 노선 확보 기회

제주항공·티웨이·에어프레미아 등 관심 속 향후 대응 주목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청사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가 주기돼 있다.(자료사진)ⓒ뉴시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 인수합병(M&A) 결정을 앞두고 양 항공사뿐만 아니라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이 유력해 양사가 보유한 운수권(다른 나라 공항에서 항공사가 운항할 수 있는 권리) 재배분과 슬롯(Slot·항공사가 특정 시간대에 배정받은 항공기 운항 허가권) 반납이 이뤄지면서 LCC들로 수혜가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 기업결합 안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전원회의는 공정위 내 최고 의사결정 절차로 이날 회의에는 조성옥 공정거래위원장과 김재신 부위원장을 비롯, 상임위원 3명, 비상임위원 4명 등 총 9명이 참여해 기업 결합 승인을 위한 세부 조건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날 회의는 기업결합에 대한 조건부 승인 여부와 함께 승인을 위한 운수권 재배분과 슬롯 반납 등의 이행 조건에 대한 세부 내용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공정위가 양사간 기업 결합에 따른 경쟁 제한성을 면밀히 분석해 독점 문제 해소를 위한 시정 조치 방안을 마련해 이를 토대로 승인 조건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지난해 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전달했다. 대한항공도 지난달 21일 이에 대한 의견서를 공정위에 제출하는 등 양측이 사전 교감하는 과정을 거쳐왔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서 분석 대상 노선 중 약 절반 가량에서 경쟁 제한성이 있고 인천~로스앤젤레스(미국)와 인천~시드니(호주) 등 양사 결합시 점유율이 100%인 독점 노선도 10개가 나온다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독점 문제 해소를 위한 시정 조치를 승인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에대해 대한항공도 당초 기대했던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 창출과 글로벌 항공사로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부 노선의 운수권과 슬롯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의견서에 넣었고 이날 전원회의에서도 이같은 취지의 의견을 피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독점 우려 해소를 위해 운수권 재배분과 슬롯 반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선에서 절충점을 찾을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원회의에서 도출되는 최종 조치안이 앞으로 진행될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공정위의 승인 결정 이후에도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 등 총 7개국 경쟁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 M&A는 최종 성사된다.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공정거래위원회

양사간 기업 결합 조건으로 제시될 운수권 재배분과 슬롯 반납은 LCC들로서도 주목할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어떤 노선이 풀리는지 여부에 따라 확보할 운수권과 슬롯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 기업 결합에 대한 의견서를 요청했고 양사는 대한항공의 시장 지배력 강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경쟁 제한성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물론 대한항공이 반납하는 운수권과 슬롯을 LCC들이 일부 확보하더라도 현재의 시장 점유율 상황에 큰 변화가 일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운수권과 슬롯 반납이 이뤄지고 다른 항공사들에 재배분되는 과정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는 일인데다 항공기 도입과 노선 인가 등 제반 조건들도 갖춰져야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장의 수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제선 여객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다만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이후에도 해외 경쟁당국들의 심사 완료까지 상당한 시간이 있고 그 기간 동안 코로나19 상황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대비할 필요는 있다는 게 LCC업계의 분위기다.


현재 보잉 737-800 단일기종을 운용하고 있는 제주항공은 중·단거리 국제선 노선 운수권과 슬롯에 관심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내년부터 오는 2027년까지 보잉 737-8 맥스 항공기를 최대 50대 도입할 예정으로 이 기종의 최대 항속거리가 6570㎞인 점을 감안하면 미주와 유럽 등 장거리보다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중거리 노선에 더욱 초점을 맞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과 중국 등 단거리 노선의 경우,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김포공항 출발 운수권과 슬롯 확보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김포공항 출발 일본·중국 노선은 그동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이 대부분을 독점해 오다시피했다. 또 코로나19 이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운항해 온 인천~몽골 울란바토르 노선도 풀리면 신규 취항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LCC들이 장거리 노선인 미주·유럽 노선 취항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항공기 리스(대여) 등 대응 방안이 주목된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4월 임대 계약을 체결한 중대형기 A330-300 3대를 올해 도입하고 미주와 유럽 지역 도시들에 취항할 수 있는 중대형기도 추가로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에어프레미아 항공기 이미지.ⓒ에어프레미아

합리적 고품질의 하이브리드항공사(HSC·Hybrid Service Carrier)를 표방해 출범한 에어프레미아도 1호기로 보잉 787-9 드림라이너를 도입한 터라 장거리 노선 확보를 노릴 수 있는 상황이다.


보잉 787-9는 최대 항속거리가 1만5000㎞ 이상으로 인천 출발 미국과 유럽 노선 운항이 가능한데 회사는 오는 5월 인천~미국 로스앤젤레스(LA) 노선 취항이 목표다.


올해 드림라이너 1~2대를 추가로 도입하기 위해 글로벌 항공기 리스사 에어리스코퍼레이션과 논의 중으로 연내 최대 4대까지 기재를 확보하고 내년 7대, 내후년 10대로 기단을 확장해 나간다는 포부다.


하지만 LCC들의 이러한 계획들이 현실화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2년 넘게 경영난으로 실적 악화가 지속돼 온 터라 재무 상태가 취약해 고정비 지출 확대에 부담이 뒤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회사 수익성 개선의 키가 될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 시기도 아직 점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배분되는 운수권과 슬롯 확보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준비가 필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당장 경영난 타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며 “신규 노선을 확보한다고 해도 취항 준비뿐만 아니라 수익성 확보에도 시간이 걸릴수 밖에 없는 만큼 현재로선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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