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선 따라 지방 중소도시민 접촉
공공성에도 부합하고 철도에 대한
국민 관심도 환기…관련 공약 풍성
정치 편향성으로 반대라면 안될 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지역발전·정책공약 홍보를 위한 '윤석열차'가 2박 3일 간의 운행을 마무리했다. 천안역에서 익산역·여수역을 거쳐 목포역까지 전 일정을 동행했다.
'윤석열차'는 우리 대선 사상 초유의 기획이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항공기보다 열차가 시민과 소통하기 좋은 수단이라며 열차를 애용한 적이 있고, 조 바이든 대통령도 '열차 투어'를 통해 '활주로 유세'를 펼쳤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격침시킨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있는 일인데, 신선한 시도라는 게 중론이다.
평소 대선 유세단이 찾기 힘든 홍성·보성·무안 등 군(郡) 단위에 '윤석열차'가 정차했다. 지방 중소도시의 중심지이기 마련인 역전광장에서 지역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역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서울이나 광역시는 사람이 많은 곳이다. 한 표라도 더 얻어야 하는 선거 논리 탓에 대선 유세단은 이런 곳들을 주로 찾는 게 당연하지만, 사람 많은 곳에 돈 몰리는 속성상 그런 곳의 주민들은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이 지방 중소도시만 못하다.
고속선이 아닌 보통선을 달리는 무궁화호를 전세 내서 '윤석열차' 운행을 함으로써 정책적 지원 필요성이 절박한 소멸 위기의 지방 중소도시 시·군민들과의 접촉면을 늘렸다. 이런 지점은 평가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의아한 것은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반응이다. 노조원들은 '윤석열차'가 천안역을 출발할 때 경부선과 장항선 사이의 환승통로에 늘어서서 "적폐열차를 당장 멈추라"고 피케팅을 하고 소리를 질렀다.
철도를 이용한 대선 유세는 철도에 대한 관심을 환기할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윤석열차'가 장항선 단선 구간에서 교행을 위해 멈춰설 때, 서부 경전선에서 누가 봐도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릿하게 달릴 때, 대선후보·참모진·국회의원들이 복선화·전철화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것은 철도 종사자들에게 나쁠 것이 하나도 없다.
실제로 '윤석열차'의 2박 3일간 운행 과정에서 제시된 철도 관련 공약은 일일이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중요한 내용만 추려봐도 △천안역사 복합문화공간 신축 △홍성역사 증축 △서해선KTX 서울 직결 문제 해결 △보령~조치원간 충청산업문화철도 건설 △전주~김천간 동서횡단축 철도 건설 △익산~여수간 전라선 고속화 △경전선 복선전철화 등이 제안됐다.
철도망을 확충하고 역사를 신·증축하면 철도 종사자는 더 많이 필요해진다. 공약된대로 홍성역의 40명 규모 현 대합실을 500명 규모로 확장하고, 120대 분의 주차장을 500대 이상으로 늘린다면 관리 인력이 더 필요할 것은 자명하다.
확충된 철도교통망을 이용해 빠르고 편안하고 목적지로 이동할 국민, 더 많은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 세대, 그리고 철도 종사자들로 구성되는 철도노조 3자 모두에게 '윈윈'인 것이다.
철도노조는 KTX와 SRT의 통합을 요구하며 '윤석열차' 운행 중단을 외쳤다고 한다. KTX의 수익이 보통선의 적자를 보전하는데 사용되는 상황에서 SRT가 수서고속선로만 보유하는 어정쩡한 복수공영 체제에 의문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정책건의 등 다른 방법으로 쟁점화해야할 문제다. 모처럼 철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할 기회인 대선후보의 정책공약 홍보 열차의 운행 중단을 요구한다고 해서, 그게 KTX·SRT 통합과 인과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도움이 될 리도 없다.
국민들은 코레일에 중장기적 이득으로 돌아올 '윤석열차' 운행을 철도노조가 비난한 것에 대해 의구심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과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선 유세를 위한 전세열차를 편성했더라도 철도노조가 똑같이 반응했을까. 정치적 편향성 탓에 자해행위조차 서슴지 않는 일부 노조의 우행(愚行)이 철도노조에서도 반복돼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