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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동물에 담은 인간의 감정, 이토록 마법 같은 ‘라이온 킹’”


입력 2022.02.18 08:13 수정 2022.02.18 08:13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뮤지컬 '라이온 킹' 주역 4인 인터뷰

3월1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4월부터 부산 드림씨어터 공연

“공연장의 불이 꺼지고, 공연이 시작되면 여정이 시작됩니다.”


2018년 내한 공연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라이온 킹’은 지난달 28일부터 예술의전당을 광활한 사바나 초원으로 물들였다. 공연장엔 익숙한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 생명의 순환)가 울려 퍼지고, 무대 위엔 아프리카 동물들이 무리지어 등장한다.


(왼쪽부터) 심바 역 데이션 영, 라피키 역 푸티 무쏭고, 날라 역 아만다 쿠네네, 스카 역 안토니 루렌스 ⓒ에스앤코

“‘생명의 순환’은 삶과 죽음의 연속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로 태어나고 성장하고,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삶의 순환은 세대를 넘어서 지속된다는 거죠. 태어나고, 성장하고, 조상이 되고, 후손을 맞이하면서 삶과 죽음을 이어나가는 의미 있는 장면입니다.”(푸티 무쏭고)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의 네 주역 푸티 무쏭고(라피키 역), 데이션 영(심바 역), 아만다 쿠네네(날라 역), 안토니 로렌스(스카 역)는 작품이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로 아름답고 신선한 무대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교육적인 메시지 등을 꼽았다.


실제 1994년 개봉해 전 세계에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기록적인 흥행에 성공한 디즈니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무대로 옮긴 ‘라이온 킹’은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후 21개국, 100개 이상 도시에서 1억1000만명이 관람한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이 불가능한 프로젝트를 스테디셀러로 만든 건 연출가 줄리 테이머였다. 테이머는 ‘더블 이벤트’(double event) 방식으로 무대 위에 동물들의 세계를 구현해냈다. 배우의 표정이나 무용수의 몸짓을 가리지 않고 동물 가면과 퍼펫, 장치들을 활용해 동물들의 움직임을 표현한 것이다. 배우들은 동물의 움직임에 인간의 감정까지 녹여내면서 연출가의 의도를 고스란히 무대로 올렸다.


Circle of Life - THE LION KING - Company of the International Tour ⓒDisney

“라피키는 극중 내레이터이자 치유자 역할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는데 연출가가 ‘이 공연은 동물인 동시에 사람의 감정을 함께 표현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 과정은 매우 흥미로웠고요.”(푸티 무쏭고) “처음 연습할 때 안무나 동작뿐만 아니라 감정 표현도 배워야 했기 때문에 매우 어려웠어요. 동물들의 움직임과 인간적인 모습까지 보여줘야 했으니까요.”(아만다 쿠네네)


그 중에서도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건 특히 스카의 동물 가면이다. 머리에 고정되어 있는 다른 캐릭터들의 가면과 달리, 스카의 가면은 배우의 시선에 따라 머리 위에 있다가 얼굴을 덮기도 하는 등 움직임이 있어 더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그만큼 미세하게 가면을 컨트롤을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심바나 닐라도 마스크를 쓰긴 하지만 스카의 마스크가 제일 멋지죠.(웃음) 줄리 테이머 연출가께서 사자이면서 인간처럼 보이도록 하는 더블 이벤트(Double Event)에 관해 말씀해주셨고, 그 균형을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완벽한 사자로 보이게 하기 위한 노력이었죠. 스크린을 통해 동물들의 움직임을 보고 연구하고, 그들이 가진 행동 요소를 배울 수 있었고, 특히 제가 보는 곳과 마스크의 눈이 바라보는 곳이 같게 하기 위해 매일 거울을 보고 훈련했어요. 이런 장치들을 통해 관객들이 작품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안토니 로렌스)


작품에 대한 배우들의 애정도 깊었다. 그도 그럴 것이 푸티 무쏭고는 2003년~2005년 북미 투어, 2010년~2018년 독일을 포함해 무려 14년 동안 라피키를 연기해왔고, 데이션 영도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라스베이거스·북미 투어 그리고 2018 한국 공연에서도 심바로 무대에 올랐다. 또 아만다 쿠네네와 안토니 로렌스도 4년 전, 한국 공연에 참여했다.


“14년 전이지만 여전히 처음 ‘라이온 킹’ 무대에 올랐던 당시가 생생하게 기억나요. 매순간 흥분됐고, 빨리 무대에 오르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아름다운 의상이나 무대 장치 때문이기도 하고, 열정과 힘이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하루하루가 매일 오프닝 공연 같은 느낌이고요. 무대에서 느껴지는 함성 소리와 아름다운 세트, 오케스트라 연주소리, 음향·조명 때문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아름다운 작품과 오랜 시간 함께 하게 되어 영광이죠.” (푸티 무쏭고)


ⓒ에스앤코

“브로드웨이를 비롯해 웨스트엔드, 아시아 등 여러 곳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데 어렸을 적 브로드웨이에서 할 때도 물론 진심을 다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험이 쌓이고 작품에 더 진심으로 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라이온 킹’에 참여한다는 건 한 마디로 ‘최고의 감정’이에요. 영광스럽고 축복스러운 일이죠.” (데이션 영)


“사실 전 과거 매우 내성적인 성격이었어요. 날라를 통해 성장할 수 있었죠. 날라는 대담하고 자신감 넘치는 성격이에요. 그 모습을 보고 젊은 여성이 가져야 하는 용맹함, 힘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고, 어떤 역경이 있더라도 제 자신을 믿고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현명함도 배웠죠. 날라를 연기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영광이에요.”(아만다 쿠네네)


무엇보다 ‘라이온 킹’이 전 세계,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넓은 관객층을 보유할 수 있었던 건 작품에서 전달하는 보편적인 메시지 덕분이다. 놀랍게도 이 오래된 이야기는 낡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쌓일수록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더 깊어진다.


“모두가 처해있는 상황이 다르잖아요. 공연은 그 상황에 따라 느끼는 감정도 다를 거예요. 치유를 받거나, 재미를 느끼거나,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릴 수도 있죠.”(데이션 영) “행복, 사랑, 평화, 희망 등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에요. 이런 감정을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건 ‘라이온 킹’이 드리는 가장 큰 선물이죠,”(푸티 무쏭고)


“‘과거는 아플 수 있다. 하지만 거기서 도망칠 수도 있고 배울 수도 있다’라는 라피키의 대사가 있어요. 과거의 경험으로 인해 아플 수 있지만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역시 값진 경험이라는 거죠. 팬데믹으로 힘든 지금의 이 상황도 아프지만, 앞으로 더 나아지고 배울 수 있는 점이 있길 바랍니다. 이 작품이 힘든 시기를 버텨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안토니 로렌스)


‘라이온 킹’은 3월1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며, 4월에는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무대를 이어간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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