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뒤쳐진 파운드리 차량용 반도체로 만회 나서나
삼성과 직접적 경쟁 가능성 낮을 듯…지향하는 바 달라
미국 종합 반도체 기업 인텔이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진출을 공식화하며 전장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와 경쟁구도를 형성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인텔이 차량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파운드리 영향력을 확대해 삼성전자 추격에 고삐를 죌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차량용 반도체에 한정해서는 양사가 지향하는 바가 다른 만큼 직접적인 경쟁이 펼쳐지진 않을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이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공식화 한 것은 파운드리사업에서 영향력을 공고히 하고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전장용 반도체 사업을 적극 키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미 인텔은 이를 위해 유럽에 새 반도체 공장 2기를 110조원을 투자하면서 유럽 자동차 회사들을 적극 공략할 것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여기에 최근에는 차량용 반도체 회로를 생산하는 타워세미컨덕터를 54억 달러(약 6조4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전장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향후 새로운 경쟁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중점을 두고 있지 않은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17.1%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차량용 파운드리 시장만 놓고 보면 직접적인 인텔과 삼성의 직접적인 경쟁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마이크로 콘트롤 유닛(MCU) 위탁 생산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되는 인텔과 달리 삼성전자는 모바일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용자와 차량을 연결하는 인포테인먼트 구동에 필요한 전용 프로세서 개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콕핏은 운전석과 조수석 전방 영역의 차량 편의기능 제어장치를 디지털 전자기기로 구성한 장치로 모바일 등 IT기기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반면 MCU는 특정 시스템을 제어하는 전용프로세서로 전자 제품과 장치의 두뇌 역할을 담당한다. 자동차 내부의 각종 전장 부품을 제어할 때도 MCU가 활용된다.
인텔은 이날 ‘인텔 인베스터데이 2022’ 행사에서 고객이 다양한 유형의 자동차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이크로컨트롤러에 최적화된 첨단 노드와 기술, 고급패키징을 결합해 자동차 반도체의 요구사항을 충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수익성이 높지 않은 MCU를 비롯한 전통적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소량 다품종’ 생산이 주를 이루고 있는 만큼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 차량용 반도체는 현재 네델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일본 르네상스가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성능을 요구하는 IT용 반도체들이 10나노미터(nm, 1nm는 10억분의 1m) 이하의 공정에서 생산되는 것과 달리 성능이 비교적 낮은 차량용 반도체는 20~40nm대 공정에서도 충분히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팻 겔싱어 인텔 CEO는 17일(현지시간)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 ARM 인수 컨소시엄이 구성된다면 참여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엔비디아가 소프트뱅크로부터 암 인수를 타진하기 전부터 최근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 논의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