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향해 국제사회의 제재가 시작된 가운데 현지에 법인을 둔 하나·우리금융그룹이 비상 대응에 나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직접 진출하지는 않은 KB·신한금융 역시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러시아 하나은행을 운영하고 있는 하나금융은 지난 24일부터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반을 신설했고, 러시아 현지 은행 중 특별지정 제재대상 리스트에 포함된 은행들에 대한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우리금융도 현지의 위기 상황 발생을 가정하고 국외 영업점을 지원하기 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세웠다. 우리금융은 2008년 1월 러시아 현지 법인인 러시아 우리은행을 설립한 뒤 2011년 8월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점, 2014년 10월 블라디보스토크 사무소를 열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현재 우크라이나나 러시아에 직접 진출한 상태는 아니다. 이 때문에 당장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직접적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사태 장기화 시 관련 업체의 어려움이 늘어나고 원자재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질 우려가 있는 만큼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은 최근 그룹 차원의 위기 관리체계를 가동했고, KB금융은 국내외 경제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최근 모니터링 빈도 등을 상향 조정했다.
아울러 고객들에게 관련 정보를 전달하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자 문자와 스타뱅킹 어플리케이션의 마이데이터 자산관리 메뉴 팝업창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 질의·응답을 공지하고 현재 상황과 금융시장 영향 가능성 등을 안내했다. 신한은행은 러시아 주식형 펀드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다이렉트 케어 서비스를 시작, 투자 유의사항을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금융 제재로 러시아에서 가장 큰 스베르방크와 VTB 등 대형 은행을 포함한 90여개 금융기관이 미국 금융 시스템을 통해 거래할 수 없게 됐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분리주의자들의 독립을 인정하고 해당 지역에 군대를 보낸 직후인 지난 22일에도 러시아 국책은행인 대외경제은행과 방위산업 지원 특수은행 PSB 및 42개 자회사가 서방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게 막는 제재를 내놨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이 러시아 현지에 보유한 익스포저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총 6037억원이다. 익스포저는 금융사의 자산에서 특정 기업이나 국가와 연관된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주로 신용 사건 발생 시 받기로 약속된 대출이나 투자 금액은 물론 복잡한 파생상품 등 연관된 모든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손실 금액을 가리킨다.
은행별로 보면 러시아 현지에 법인을 갖고 있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러시아 내 익스포저가 각각 2960억원과 2664억원으로 많은 편이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러시아 관련 익스포저는 각각 357억원과 56억원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