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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정호연 댕기 이슈가 말해주는 것


입력 2022.03.05 08:08 수정 2022.03.05 05:56        데스크 (desk@dailian.co.kr)

ⓒ오징어게임

미국 배우 조합상(SAG)의 주인공이 한국인들에게 돌아갔다. ‘오징어게임’의 이정재와 정호연이 드라마 부문 남녀 주연상을 휩쓴 것이다. 대중문화계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배우들의 투표로 결정된 상이라 더 의미가 크다. 미국의 많은 배우들이 한국 배우들에게 투표했다는 건 그만큼 ‘오징어게임’과 한국 콘텐츠, 그리고 한국 배우가 미국 대중문화계에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정재의 수상도 당연히 놀라운데 정호연의 수상은 더욱 놀랍다. 기본적으로 놀라운 건 이 상이 연기상이기 때문이다. 연기상은 언어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부문이다. 게다가 다른 곳도 아닌 미국에서 거행된 시상식이다. 미국인들의 영어중심주의는 이미 유명하다. 그런 나라에서 현지 배우들의 투표로 한국어 연기 배우에게 연기상이 돌아갔으니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일이다.


그동안 비영어권 영화가 미국 배우 조합상에서 후보가 되거나 수상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비영어권 드라마의 수상은 ‘오징어게임’이 최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수상에 “비영어권 드라마 배우로는 최초라는 것이 더욱 자랑스럽다”고 축하 인사를 보냈다.


정호연의 수상이 더 놀라운 이유는 이 상이 주연상이기 때문이다. 정호연의 비중이 이정재에 비해서 큰 편이 아니었는데도 미국 배우들은 정호연에게 주연상을 선사했다. 이건 ‘오징어게임’이 그만큼 미국에서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켰다는 뜻이고, 한국 배우에 대한 그들의 호감을 말해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미국 대중문화계에 불고 있는 다양성 바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버라이어티는 “SAG 유권자들은 역사를 만들 기회를 맞았고, ‘오징어 게임’으로 신기원을 열어야 한다는 유혹을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비영어권 동양계 연기에 드라마 연기상을 주는 것이 역사의 새 장을 여는 것임을 분명히 인지하고 투표했다는 뜻이다.


미국 대중문화계에서 다양성 확대는 거대한 바람이 되어 잇따라 새로운 기록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카데미상과 그래미, 골든글로브 등에서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지구촌의 관심이 집중됐고 언론의 찬사가 잇따랐다. 그리고 그 중심엔 대체로 한국 콘텐츠가 있었다. 그래서 마치 한국 콘텐츠의 부상이 미국 대중문화계의 변화와 혁신을 상징하는 것과 같은 구도가 만들어졌다.


그런 흐름 속에서 이번엔 미국 배우 조합상에서 남녀주연상 한국 배우 싹쓸이라는 새 역사가 쓰인 것이다. 이번에 정호연의 댕기가 화제가 된 것도 미국의 다양성 바람을 보여줬다. 이번 시상식에서 정호연은 루이비통이 특별 제작한 옷을 입고 한국 전통인 댕기머리를 했다. 바로 이 시상식 복장을 두고 현지에서 댕기머리에 관심이 쏟아졌다.


정호연을 사상 최초로 동양인 단독 표지 모델로 세운 보그 지는 "수세기 동안 내려온 한국의 전통적인 댕기 머리 리본에서 영감 받은 스타일이다. 정호연은 한국적 유산에 의미 있는 경외감을 표하는 동시에 고전적인 할리우드의 매력을 제대로 조합해 선보였다"라고 쓰기도 했다. 한국의 전통 복장이라는 말에 이렇게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미국 문화계에 불고 있는 다양성 열풍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이 다양성 개혁을 시도할 때 마침 한국 콘텐츠가 최고의 만듦새를 보여줬고,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배급망으로 대두했다. 그 결과 한국 콘텐츠가 미국 다양성 혁명의 중심에 서게 된 모양새다. 이번에 ‘오징어게임’은 일종의 액션 드라마상이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 부문 스턴트 앙상블상까지 받았다. 액션으로 유명한 마블 히어로 드라마를 제쳤다. 이 역시 ‘오징어 게임’ 신드롬의 위력을 말해준다.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강력한 위상이다.


이렇게 되면 올 9월에 있을 에미상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진다. 영화계에선 이미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새 역사를 썼다. 에미상은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방송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시상식인데 그동안 한국과는 거리가 멀었었다. ‘오징어게임’ 열풍으로 한국인이 에미상에 그 어느 때보다도 가까이 다가섰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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