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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애틋한 짝사랑의 대명사


입력 2022.03.10 14:25 수정 2022.03.10 14:25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시라노’

외모도 경쟁력이라고 한다. 외모가 잘생기거나 호감을 주면 첫인상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여러모로 도움이 되기에 나온 말이다. 잘생긴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3% 높은 수익을 올린다는 결과도 나와 있다. 때문에 요즘 남성들은 외모를 가꾸는 데에 여성 못지않게 관심이 많다. 다만 남성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젊고 부드러운 인상으로 경쟁 사회에서 자신감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는 차이다. 이렇게 보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남녀노소를 떠나 인간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시라노’는 외모 콤플렉스를 지닌 시라노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로맨스다.


타고난 무예 실력과 문학적 소양을 가진 시라노(피터 딘클리지 분)는 어려서부터 알고 지낸 아름다운 여인 록산(헤일리 베넷 분)을 흠모하지만 자신감 없는 외모 때문에 마음을 전하지 못한다. 어느 날 록산은 드 기슈 백작과 극장 나들이를 나섰다가 잘생긴 신병 크리스티앙(켈빈 해리슨 주니어 분)을 보고 첫눈에 빠진다. 시라노는 사랑하는 여인의 행복의 위해 크리스티앙의 편지를 대필해 주게 된다.


고전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시켰다. 영화 ‘시라노’는 에드몽 로스탕이 쓴 희곡이 원작이다. 에드몽 로스탕은 17세기 실존 인물을 극화한 것으로 군인이자 시인이었던 실제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생을 담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많은 작품으로 만들어졌고 모티브로도 사용되었다.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 등 시대극과 멜로 장르에서 재능을 보였던 조 라이튼 감독은 희곡의 원작을 뮤지컬 영화로 재탄생 시켰다. 원작에서는 외모 콤플렉스를 큰 코만으로 특정했다면 조 라이튼 감독은 여기에 왜소한 키로 강화함으로써 인물이 갖는 열등감과 비애를 강조했다.


영화는 사랑에 대해 시대를 초월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시라노의 원작은 이미 고전이 된 희곡이지만 오늘날에도 연애 고민에 빠진 관객들에게 충분히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외모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시라노는 평생 사랑해 온 록산에게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고 또한 크리스티앙은 말솜씨와 글 솜씨가 변변치 않아 여심을 사로잡지 못한다. 경제적 안정을 위해 가난한 록산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의 결혼을 고민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라면 등장하는 세 명의 주인공 중 누구 하나에게 공감할 수밖에 없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역시 한 번쯤은 품었을 고민이기 때문이다. 시라노는 그만큼 우리의 보편적인 고민이 담긴 영화다.


사랑의 본질을 묻는다. 외모로 인한 열등감을 가진 주인공이 오랜 시간 연모해 온 아름다운 여인에게 대필 편지를 통해서나마 마음을 전달한다는 스토리는 시대를 초월해 가슴 아픈 짝사랑의 대명사가 됐다. 록산은 시라노의 편지를 읽고 크리스티앙을 사랑하게 되는데 과연 록산이 사랑한 사람은 누구일까. 크리스티앙의 외모인가 아니면 시라노의 문학적 소양인가. 영화는 두 가지 선택지를 통해 사랑의 본질에 대해서도 묻는다.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하고 있는 요즘이다. 외모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모두는 외모 외에도 자신만의 또 다른 장점을 지니고 있다. 영화 ‘시라노’는 우리에게 스스로의 단점에 사로잡혀 자신의 장점을 잊을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그리고 물질 만능의 각박한 시대에 시라노의 진실한 사랑을 통해 모처럼 우리를 순수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로맨스 영화다.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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