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량 감소에 적자 탈출 성공
반짝 효과 명분 약화에 '백기'
국내 5대 손해보험사가 자동차보험료를 일제히 인하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교통량이 줄면서 생긴 반사이익을 소비자와 나눠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백기를 든 모양새다.
손해보험업계는 최근 자동차보험의 실적 개선은 어디까지나 반짝 효과일 뿐이라며 맞서 왔지만, 코로나19 장기화와 역대급 실적에 명분이 약해지면서 결국 한 발 물러서게 됐다.
14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개 손보사는 다음 달부터 1.2~1.4% 인하하기로 했다.
포문을 연 곳은 삼성화재였다. 삼성화재는 5대 손보사 중 가장 빠른 지난 2월에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발표했다. 삼성화재는 손보업계의 독보적인 선두 업체로, 자동차보험 시장에서도 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쟁사들도 조만간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동참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했다. 실제로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도 이번 달 들어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공식화했다.
자동차보험료 조정의 배경은 손해율 개선이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와 비교해 내준 보험금 등 손해액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사업운영비를 고려할 때 자동차보험의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손해율은 80%선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보험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손보사 다섯 곳의 지난해 관련 손해율은 ▲삼성화재 81.1% ▲현대해상 81.2% ▲DB손해보험 79.6% ▲KB손해보험 81.5% ▲메리츠화재 78.0%를 기록했다. 2019년 21.7%, 2020년 85.0%에 이어 개선 흐름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이에 힘입어 손보업계는 지난해 자동차보험에서 2800억원 흑자를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자동차보험은 2017년 256억원 흑자를 마지막으로 줄곧 적자를 기록해 왔다. 2018년 7237억원 적자로 돌아선 이후 2019년에는 적자 규모가 1조6445억원으로 급증했다. 2020년에는 보험료 인상으로 적자 규모가 3799억원으로 축소됐다.
자동차보험의 흑자 전환 배경에는 코로나19 영향이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리두기 강화로 이동량이 줄면서 교통사고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손보업계는 소규모 흑자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보험료 인하 주장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자동차보험의 흑자 전환은 어디까지나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였다. 또 지난해 말 정비수가 인상으로 관련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는 측면에서도 보험료 인하는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손보업계가 거둔 순이익이 1년 새 1조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보험료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에는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5대 손보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총 3조3986억원으로 전년 대비 51.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 따지면 1조1526억원이나 증가한 규모다.
손보사 관계자는 "누적된 자동차보험 적자와 원가 상승요인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보험료 조정에 신중을 기해왔지만, 이번 보험료 인하를 통해 손해율 개선 효과를 고객과 나누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