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논리에 밀려 매번 물거품
'색깔 지우기' 프레임 반복될까
금융당국 시스템 개편은 매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제기된 해묵은 이슈다. 그럼에도 정치적 논리에 밀려 별다른 성과 없이 10년 넘도록 현 체제가 유지돼 왔다.
윤석열 시대를 맞아 금융당국 조직 손질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지만, 이번에도 공염불만 재현될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 구조에 대한 개편 논의는 정권 교체 시기마다 불거졌다. 금융당국이 가장 큰 변화에 직면한 건 1997년 외환위기 직후였다. 당시 재정경제원을 향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금융 정책과 감독 모두를 관장한 재무 관료의 책임론이 일었다. 국제통화기금도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김대중 정부는 금융감독을 담당하는 금융감독위원회를 만들고, 뒤에 관련 법령 제·개정 권한까지 금감위로 이양시켰다. 아울러 금감위 산하에 금감원을 공적 민간기구로 발족시켰다.
노무현 정부에서 금감위의 위상은 더 높아졌다. 집권 초기 카드대란 사태를 두고 감사원이 감독기능의 중복 때문이란 진단을 내리자 정부는 금감위에 감독 권한을 몰아줬다.
지금의 금융위를 출범시킨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미 정부 중반 무렵 손질 주장이 흘러 나왔다. 2008년 시장을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현행 체제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도 했다.
이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다시 한 번 관련 논의가 불거졌다.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사태 등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이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또 주택매매 활성화 정책과 함께 몸집을 불린 가계부채도 금융당국 책임론을 일으켰다.
반복되는 문제 제기에도 금융위-금감원 체제가 이어질 수 있었던 요인은 복합적이다. 그 중에서도 정치적 접근은 가장 핵심적인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새 정부에서 금융당국 조직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때마다 이전 정부의 색깔을 지우기 위한 목적 아니냐는 프레임이 덧씌워진 탓이다.
아울러 모두를 납득시킬 만한 뚜렷한 해법을 찾기 힘들다는 현실도 걸림돌이었다. 결국 시스템 개선으로 기대할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은데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회의론이 의외로 힘을 얻어온 이유다.
시장의 가장 큰 염려는 혼란이다. 무리한 금융당국 조직의 수술이 불확실성만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 지금의 금융감독 구조를 탐탁지 않게 여기면서도, 일단 적응한 체제가 유지되는 게 부담이 적다는 판단이다.
새 정부에서도 금융감독 체계 개편안이 즉시 착수될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결국 인수위원회에 어떤 인사가 들어가느냐가 중요하고, 곧바로 지방선거 국면이 이어지면서 정부조직 개편에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떤 정권이 꾸려지든 금융당국 체제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면서도 "대선 이후 꾸려지는 인수위의 면면을 살펴봐야 현실화 가능성을 제대로 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