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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 집무실 '용산 시대' 연다…오욕의 역사 '마침표'


입력 2022.03.21 01:00 수정 2022.03.21 01:36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직접 기자회견서 '용산 이전' 발표

"5월 10일 취임 즉시 입주해 집무"

7만평 띄엄띄엄 흩어졌던 건물들

단일청사로 집중…"수시로 소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대한민국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시민공원과 함께 어우러지는 '용산 시대'가 열린다. 국가원수가 '구중궁궐'이라 불리던 청와대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자유롭게 노니는 시민공원을 바라보며 집무함으로써 소통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것은 물론, 우리 근현대사에서 용산이 가지고 있던 어두운 면모도 일신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쏠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집무실을 현재 국방부 청사가 있는 용산으로 옮기겠다는 구상을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용산 국방부에는 국가안보 지휘시설 등이 구비돼 있어 청와대를 시민들께 완벽히 돌려드릴 수 있고, 경호 조치에 수반되는 시민들의 불편도 거의 없다"며 "5월 10일 취임식을 마치고 바로 입주해 근무를 시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10개 층으로 이뤄진 국방부 청사에는 대통령 집무실, 비서실과 함께 기자실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25만㎡(약 7만6000평) 경내에 본관·여민관(비서실)·춘추관(기자실) 등으로 띄엄띄엄 흩어져 있는 기능들이 하나의 청사로 집중되는 것이다.


이 중 대통령 집무실은 3층에 '시민공원 뷰'로 들어서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재의 청와대와는 달리 대통령이 집무 중에라도 언제든 블라인드만 걷으면 공원의 시민들을 바라볼 수 있는 구조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3층에 비서실장을 포함한 주요 보좌진의 사무실이 들어서며, 2~5층에 비서관·행정관들이 근무하는 공간이 들어선다. 1층에는 기자실과 함께 기자회견장이 설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청와대 비서진은 여민1~3관의 3개 동을 쓰고 있지만, 이전하면서 하나의 청사 안의 3개 층을 사용하는 것으로 축소된다. 이는 '작은 청와대'를 구성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와도 맥이 닿아있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 비서동이 지금 3개 동인데 (새 대통령실은) 그것을 합친 것보다 작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물리적 공간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통의 의지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집무실 1층에 프레스센터를 설치해서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신중론' 들끓자 동력 상실 우려 '돌파'
"또다시 국민과의 약속 저버린다면
다음 대통령 누구도 시도 어려울 것"
'소명 의식' 갖고 국민과의 약속 지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날 윤석열 당선인이 직접 기자회견까지 열어 '용산 시대' 구상을 밝힌 것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의 의향을 내비치자마자 이런저런 이유로 반대와 '신중론'이 들끓어, 자칫 어영부영할 경우 이전 동력이 상실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대선 공약이었으며 이러한 공약을 내걸고 국민들로부터 선택받은 이상 공약은 이행하는 게 당연한데도 거센 반대에 직면하는 것을 보고, 이번에 집무실을 이전하지 못하면 자칫 자신 이후로도 아무도 '제왕적 공간'인 청와대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소명 의식이 있었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이날 회견에서 "일단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게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시도가 번번이 좌절된 경험에 비춰보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다시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다면 이제 다음 대통령 누구도 이것을 새로이 시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집무실 이전은) 단순한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국민을 제대로 섬기고 제대로 일하기 위한 각오와 함께,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대통령 집무실의 이전에 따라, 용산은 그간 근현대사에서 외국군이 주둔해왔던 지역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직접 선택한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이 시민들과 소통하며 집무를 보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앞서 일각에서는 용산이 외국군이 주둔했던 '오욕의 역사'가 있는 곳이라며 시비를 삼아왔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나라 대통령이 꼭 청나라 군대, 일본 군대가 주둔했던 곳에 가야 하느냐"며 "용산 땅은 대한민국 국민 입장에서 오욕의 역사가 있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도 "1882년 임오군란 때부터 일본군의 공사관 수비대가 용산에 주둔하면서 그 때부터 시작해서 조선군 주차사령부, 일본군 사령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용산에 이러한 역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임오군란 이후 제물포 조약에 따라 일본공사관 수비를 위한 일본군 병력이 용산에 진주한 이래, 러일전쟁이 발발하면서 한일의정서에 따라 이 부지가 1000만㎡(약 300만 평)으로 확대되고 일본에 조차됐다. 국권피탈과 함께 용산 기지에는 일본군 20사단이 편성됐다.


1945년 해방 이후에는 미군이 일본군의 항복을 받고 무장해제를 하기 위해 용산으로 진주했다. 이후 미군은 군사고문단만 남겨놓고 철수했으나, 북한 김일성의 남침으로 6·25 동란이 터지자 미군은 다시 증파됐으며 이후 우리 정부는 용산 기지를 미 8군 사령부를 위해 공여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용산이 과거 일본군 주둔지로 사용됐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대한민국 국민 입장에서 오욕의 역사'라기보다는 대한제국 백성, 또는 식민지 조선 백성 입장에서의 오욕에 해당한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미군의 주둔지로 쓰였던 것은 우리 정부의 자발적 결정이었을 뿐만 아니라, 애초에 미국은 철수했었는데 북한의 남침으로 다시 구원을 온 것이므로, 이것을 오욕이라고 한다면 그 책임은 김일성에게 있다는 지적이다.


근현대사 시기 외국군 주둔했던 용산
대통령 집무공간과 시민공원 어우러져
'여민락' 소통의 공간으로 거듭날 듯
'오욕의 역사' 있다면 끊어내는 계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면서 공개한 조감도. ⓒ국회사진취재단

실제로 민주당은 어떻게든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전 부지를 외세와 연결지으려다가 사실관계가 틀린 설명을 하기도 했다.


이날 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기자회견에 배석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 김병주 의원은 "국방부내 헬기장을 미군이 관리·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내 헬기장은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 대통령 헬기 이·착륙장으로 쓰일 예정이므로, 우리 국가원수의 헬기 이·착륙이 외국군의 통제 하에 놓일 수 있다고 주장한 셈이다.


하지만 국방부 헬기장의 관리·통제는 이미 지난 2일 미군에서 국방부로 이관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이같은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본인의 발언을 추후 정정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호중 비대위원장의 발언은 80년대 주사파 역사관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며 "용산에는 구한말 청나라 군대,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군대, 그 다음은 미국 군대가 와있으므로 용산은 100년 넘는 식민지 역사를 상징하는 땅이라는 게 주사파들의 역사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식으로 따지면 청와대도 1939년 조선총독 관사로 이용되기 시작한 오욕의 땅"이라며 "외국군이 계속 주둔해왔던 땅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집무실을 짓고 들어서 오욕의 역사를 완전히 끊어내고 해방 80주년을 맞이하는 게 뭐가 나쁘겠느냐"고 반문했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 전면에 위치한 용산 미군기지 부지를 반환받으면 이를 시민공원으로 완전 개방해 '여민락(與民樂)' 한다는 구상이다. 대통령 집무실 앞마당에 해당하는 전면 50만 평이 시민공원으로 조성되면, 외국군이 주둔해왔다는 용산의 과거 이미지는 대통령 집무실과 시민공원에 덮여 완전히 사라질 전망이다.


이날 회견에서 윤 당선인은 "미군기지 반환 즉시 시민공원으로 전부 개방하고,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사에 대해서는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만 펜스를 설치해 시민들이 들어올 수 있게 할 생각"이라며 "최소한 50만 평 정도의 공원을 시민들께 돌려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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