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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생명, 해외 오피스 투자 1300억대 손실


입력 2022.03.30 06:00 수정 2022.03.29 10:25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관련 부동산 펀드 운용 적자 '눈덩이'

코로나 여파 속 다가오는 만기 '암운'

서울 서초대로 삼성생명 본사 전경.ⓒ삼성생명

삼성생명이 자산운용 자회사를 통해 투자한 해외 상업용 부동산 펀드에서 쌓인 운용 손실이 13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충격파를 피하지 못한 모습이다.


펀드 만기가 속속 다가오면서 투자 손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결과적으로 삼성생명 고객에게까지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SRA글로벌코어오피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1호와 제2호 등 두 펀드가 설정된 후 지난해까지 운용 과정에서 누적된 당기순손실은 총 1353억원으로 집계됐다. 상품별 손실은 1호가 531억원, 2호가 822억원이다.


이는 모두 주요 해외 선진국의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다. 펀드가 존재하는 동안에는 임대료 등으로 거둘 수 있는 운용수익이 투자의 핵심인데, 두 상품의 경우 이렇게 벌어들인 돈보다 대출 이자와 부동산 관리비, 수수료 등으로 나간 비용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설정 당시 1호는 프랑스 파리 쏘웨스트, 독일 프랑크푸르트 코메르츠뱅크 본사, 미국 시카고 BMO해리스은행 본사 등에 투자했다. 2호는 독일 뮌헨 아트리움, 영국 런던 200앨더스게이트 빌딩, 미국 미니애폴리스 시티센터 빌딩, 미국 덴버 US뱅크타워 등을 편입했다.


운용은 삼성생명의 완전 자회사인 삼성SRA자산운용이 맡고 있다. 삼성생명도 직접 돈을 넣었다. 삼성생명은 1호 펀드에 36%, 2호 펀드에 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굴러가고 있는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2조1535억원에 이른다. 1호가 8513억원, 2호가 1조3032억원이다. 투입 자본은 1호에 3620억원, 2호에 3747억원으로 총 6377억원이다.


삼성생명 투자 해외 상업용 부동산 펀드 실적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펀드의 등장은 삼성생명이 부동산 투자를 한창 확대하던 시점과 맞물려 있다. 1호의 설정 시점은 2015년, 2호는 2017년이다. 2014년 말까지 6조원대 초반 수준이었던 삼성생명의 투자부동산 자산은 2015년 말 7조5559억원으로 급증했다.


투자 실적이 악화된 결정적인 계기는 코로나19였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두 펀드가 투자 대상으로 삼은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는 거센 한파가 몰아쳤다.


삼성SRA글로벌코어오피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 1호는 2020년에만 122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510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거두고 있었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급격한 부진에 빠졌다. 다행이 지난해에는 187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손실을 벌충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삼성SRA글로벌코어오피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 2호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이 펀드는 설정 이후 5년 간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해 왔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인 383억원의 손실을 나타내며 상황이 더 악화됐다.


펀드 만기는 점점 다가오고 있다. 손실을 만회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장기화가 지속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투자 시장의 여건을 감안하면 향후 매각 이익을 얼마나 거둘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1호 펀드는 2024년 9월, 2호 펀드는 내년 11월 만기를 맞는다.


이런 투자 부진은 사측뿐 아니라 가입자 입장에서도 결코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투자해 올린 운용 수익으로 다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사의 사업 구조 상 이런 투자 손실은 결국 알게 모르게 소비자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직전까지 몇 년 간 저금리 탈피를 위해 금융권에서 각광을 받았던 부동산 등 대체투자가 최근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리스크를 드러내기 시작하는 가운데,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여파가 가지 않도록 선제적인 건전성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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