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불닭볶음면 등 중국 수출 주력 상품 논란 잇따라
사실 해명에도 부정 이미지 낙인 찍힐까 전전긍긍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이 중국에서 잇따라 부정 논란에 휩싸이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6년 사드 배치 문제를 계기로 중국 정부와 외교적 마찰을 겪으면서 한 차례 중국 시장 철수를 경험했던 만큼 최근 현지에서 확대되는 반한 감정에 대해 불안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 삼양식품은 중국 내에서 수출용 불닭볶음면의 유통기한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내수용 제품의 유통기한이 6개월인데 비해 수출용 제품은 1년으로 두 배 긴 점을 들어 현지 언론과 SNS에서 불매운동을 부추기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중국 당국까지 사실관계 조사에 나섰다.
삼양식품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입장문을 통해 “중국으로 보내는 제품만 유통기한을 늘린 것이 아니라 수출제품은 모두 12개월”이라고 설명했다.
생산해 바로 유통되는 내수용 제품에 비해 수출용은 해당 국가의 검역과 통관 현지 유통 기간 등을 고려해 유통기한을 길게 설정한다는 것이다. 유통기한이 길어진 만큼 제품 산화 방지를 위한 조치도 추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양식품에 앞서 지난달에는 오리온이 초코파이 가격 문제로 논란을 겪었다. 오리온이 중국에서만 초코파이 가격을 인상했다는 것인데, 작년 9월 가격 인상을 현 시점으로 오해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또, 중국 수출용과 한국 내수용 제품의 원재료 성분이 다르다는 의혹도 제기됐는데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사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SNS를 통해 부정 여론이 확산되면서 식품업계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잇따라 중국에서 발생한 문제로 식품업계는 난감한 상황이다. 식품의 경우 판매 기업이나 상품의 이미지가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논란 자체가 부담스러운 까닭이다.
추후 각종 논란이 사실이 아니었음이 밝혀지더라도 상당 수 소비자에게 나쁜 이미지로 각인되면 곧바로 매출 하락으로 연결된다는 점 때문이다.
최근 논란을 겪은 삼양식품, 오리온 모두 국내에서는 내로라하는 식품 수출 기업이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나온다.
삼양식품은 작년 중국에서만 1392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전체 해외매출 3886억원의 35.8%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지에서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작년엔 중국 현지에 판매법인(삼양식품상해유한공사)도 설립했다.
오리온의 경우 국내와 베트남, 러시아, 중국 중 중국법인의 영업이익이 가장 높을 정도로 중요도가 높다. 특히 간판제품인 초코파이의 경우 연간 5000억원의 매출 중 거의 절반이 중국에서 나올 정도다.
이렇다 보니 중국에서 벌어지는 각종 논란에 신경이 곤두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논란에 대한 사실관계 해명도 조심스럽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적극적인 해명이 역풍으로 연결돼 논란을 오히려 키울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식품기업들도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지만 최근 들어 유독 국내 기업을 겨냥한 부정 논란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논란이 조용히 지나가기만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한편 최근 연이은 한국 식품에 대한 논란의 배경에 대해 중국산 식품 혐오 기류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 3월 이른바 ‘알몸 김치’ 사건을 비롯해 중국산 식품에 대한 각종 사건사고로 국내 소비자들의 거부 여론이 커지면서 중국 현지에서도 한국 식품에 대한 거부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2030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궈차오 열풍도 한 몫 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궈차오는 중국을 뜻하는 ‘궈(國)’와 유행·트렌드를 뜻하는 ‘차오(潮)’의 합성어로 중국인들이 외국 브랜드 대신 자국 브랜드를 우선시하는 애국주의 소비 성향을 말한다.
한 때 중국 소비자들에게 가장 선호도가 높았던 한국 화장품을 비롯해 패션 분야에서도 궈차오 트렌드로 인해 매출이 하락하는 등 국내 기업들의 부진이 가시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