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없는 하마평만 무성 '안갯속'
차관이 실세?…거꾸로 인사 '잡음'
금융위원장 인선이 복마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다른 주요 부처는 장관급에 이어 차관급 인사까지 이뤄지며 구도를 잡고 있지만, 금융위원장 만큼은 하마평만 무성한 채 인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이런 와중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알려진 김소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금융위 부위원장에 자리하면서, 결국 새 정부의 금융 실세는 금융당국의 수장이 아닌 차관급인 부위원장이 됐다는 패싱 논란마저 일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달 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보였던 금융위원장 후보자 지정은 아직까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체제 당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금융위원장이 사의를 표했고 후임 준비가 마무리되는 단계"라고 밝혔지만, 열흘이 넘게 지난 이날까지 인선은 감감무소식이다.
당시만 해도 가장 유력한 금융위원장 후보는 최상목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였다. 그런데 그가 대통령실 경제수석으로 자리하게 되면서 모든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후 금융위원장 후보로 수많은 인사들이 거론돼왔다. 신성환 인수위 경제1분과 인수위원과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정치계에선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등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그나마 최근 금융위에서 금융정책국장과 사무처장을 역임했던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차기 금융위원장에 사실상 내정됐다는 말이 나오면서 뒤늦게나마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했다. 그런데 끝내 공식 인선 발표가 나오지 않으면서 인사 검증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뒷말이 다시 나오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 지난 9일과 13일 이틀에 걸쳐 40여명의 차관급 인사까지 단행되면서 금융위원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장관급인 금융위원장이 차관 인사 뒤로 밀린 건 어떻게 봐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반응이다.
결국 금융위도 위원장보다 부위원장이 먼저 정해지는 웃지 못할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전날 윤 대통령이 김 교수를 금융위 부위원장에 앉히면서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대선 동안 윤 대통령의 선거캠프 경제정책본부장을 맡으며 대통령의 경제 분야 공약을 총괄했다. 이어 인수위에도 경제분과 위원으로 참여하며 사실상 새 정부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담당했다.
김 부위원장은 당장 취임 다음날인 이날부터 첫 일정으로 금융리스크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 부위원장은 "취임 후 첫 일정으로 금융시장 점검 회의를 개최할 만큼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내외 경제·금융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내외 위기 상황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금융위 부위원장에 핵심 경제 참모가 자리해 온건 비단 이번 만의 일이 아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동시에 설립된 금융위의 초대 부위원장은 다름 아닌 최근 한국은행의 수장에 임명된 이창용 총재다. 또 당시 정부 금융위의 마지막 부위원장은 현재 경제부총리를 맡게 된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수위 등에서 핵심 경제 인사로 활약한 인사가 금융위 부위원장에 자리하면서 위원장보다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과거 전례가 이번에도 반복될 경우, 새 정부 초기 금융 정책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