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산업-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 비율 전격 변경
주주가치 제고와 시장과의 소통강화 차원으로 결정
합병 비율 이슈로 관심을 모았던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이 동원산업의 합병비율 변경이라는과감한 결단이 이뤄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동원그룹은 지난달 상장사인 동원산업과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을 추진하기 위한 ‘우회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이후 동원산업의 합병비율을 기존 기준시가가 아닌 자산가치로 계산해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가 있었다.
상장사의 합병비율을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반영하는 경우는 국내 시장에서도 매우 드문 사례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상장사의 합병가액은 기준시가 적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단, 기준시가가 자산가치보다 낮은 경우에는 자산가치로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적용하는 기업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동원그룹은 적법한 절차를 통해 진행 중이던 합병 과정에 주주가치 제고와 시장과의 소통 강화라는 적정성을 더하는 차원에서 자산가치 반영이라는 묘수를 던졌다.
동원그룹 측은 "이번 합병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경영효율성을 증대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진행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시장의 요구에 맞춰 합병비율 변경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동원그룹은 이번 결정으로 그간 논란이 되었던 소액주주 패싱 논란을 잠재우는 동시에 국내 자본 시장에서 소액주주 가치제고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
새로운 50년 위한 사업구조 재편 돌입
동원그룹이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2019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50년을 위한 변화를 내부적으로 모색하던 중 최근 코로나19,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으로 기업 환경의 패러다임이 급변하자 본격적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기 위한 것이다.
동원시스템즈가 2차전지 소재사업에 뛰어들어 투자를 지속하고 있고, 동원산업은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전환을 위한 연어 양식 사업을 추진하는 등 신성장동력 육성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동원그룹은 미래 사업 육성과 인수 합병을 위한 재원이 부족했으며 새로운 사업 추진을 할 때마다 기존의 복잡한 지배구조로 인해 제약이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원그룹은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 중간 지배회사인 동원산업의 합병이라는 결단을 내렸다.이를 통해 글로벌 생활산업기업으로 제2의 창업을 준비하는 새로운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합병을 통해 신사업 투자 재원 마련 및 경영 효율성 증대
이번 합병이 완료되면 합병법인은 미래성장 동력을 갖추게 되는 한편 경영의 투명성과 효율화를 제고하고 외부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체제를 갖추게 된다.
동원그룹은 최근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 또는 해당 사업과 관련한 M&A를 진행해 왔으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검토해 왔다. 이와 관련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야 하고 신사업 관련한 회사를 계열회사로 편입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자체적으로 대규모 현금흐름 창출능력이 부족한 동원엔터프라이즈와 계열회사 지분취득 행위제한으로 인수합병의 주체로서 제한적인 동원산업이 합병된다면 양사간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양사가 가진 장점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합병법인으로 투자부문을 일원화 해 자본의 효율적 배분과 함께 각 회사별로 분산돼 있던 인적, 재무적 자원들을 통합해 사업 경쟁력 확보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그룹 전체의 가치도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 작업이 마무리되면 동원산업이 동원그룹의 사업지주회사가 된다. 또 StarKist Co.(스타키스트), 동원로엑스 등 손자회사였던 계열사들은 자회사로 지위가 바뀌어 더욱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지금까지 동원그룹은 과감한 도전과 투자로 위기를 이겨온 만큼,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50년을 향해 도약하기 위해 21년 만에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