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유가증권 1년 새 6조6천억↑
환율 등 시장 불안 확대 '그림자'
국내 4대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과 주식 등 유가증권 가운데 외화 자산의 규모가 1년 새 6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4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계속되자 선진국 시장에서의 투자를 확대한 모습이다.
다만 이를 통한 투자 수익률은 예전만 못해지면서 아쉬움이 묻어 나오는 가운데, 환율 등 글로벌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안이 확대되면서 해외 자산을 둘러싼 은행권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의 올해 1분기 외화 유가증권 자산 평균 잔액은 38조45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8% 늘었다. 액수로 따지면 6조6137억원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하나은행의 외화 유가증권 자산이 12조269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3.7% 늘며 최대를 기록했다. 국민은행 역시 11조770억원으로, 신한은행은 8조2241억원으로 각각 31.8%와 17.4%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우리은행의 외화 유가증권 자산도 6조8892억원으로 22.1% 늘었다.
은행권이 이처럼 외화 유가증권 자산을 불린 배경에는 코로나19 여파가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미국 달러화 등 변동성이 적은 선진국 관련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확대됐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해외 투자의 실속이 예전만 못해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은행들이 외화 유가증권 자산을 운용해 거둔 평균 수익률은 올해 1분기 기준 1.35%로 전년 동기 대비 0.78%p 낮아졌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외화 유가증권 자산운용 수익률이 0.13%로 0.90%p 떨어지며 4대 은행 중 최저를 나타냈다. 신한은행 역시 1.10%로, 하나은행은 1.48%로 각각 0.56%p와 0.64%p씩 해당 수치가 하락했다. 우리은행의 외화 유가증권 자산운용 수익률도 2.68%로 1.03%p 낮아졌다.
특히 해외 투자의 효율이 국내보다 못해진 현실은 은행 입장에서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국내 유가증권 자산운용 수익률 역시 1.31%로 같은 기간 대비 0.40%p 떨어졌지만, 낙폭을 최소화하면서 결과적으로 관련 해외 자산에서보다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됐다.
이런 와중 요동치고 있는 환율 추이는 해외 투자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번 달 들어 한때 1300원 직전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240원대로 다소 안정세를 찾고 있지만,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1185원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서만 60원 가까이 치솟은 상황이다.
외화 자산을 둘러싼 불안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의 통화정책 긴축 예고에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세계 경제 둔화 우려까지 커지면서 변동성이 더 커지는 형국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산운용의 안정성 측면은 물론 기대 수익률 개선 차원에서도 은행의 해외 투자는 확대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감안하면 당분간은 보수적인 기조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