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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민주당] ① 이재명 앞에 놓인…황교안의 길, 문재인의 길


입력 2022.06.05 11:18 수정 2022.06.07 00:20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총괄위원장 맡았으나 지방선거 참패

생채기 나 역으로 당권 도전 불가피

여전히 대권주자…당권 접수 유력

총선 공천권 쥔 야당 대표 앞길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낙연 전 대표·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사진 왼쪽부터) ⓒ데일리안

170석 원내 1당 더불어민주당이 혼돈에 휩싸였다. 2016년 총선·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2020년 총선까지 전국 단위 선거 4연승의 영광스럽던 시절을 뒤로 하고, 2021년 보궐선거·2022년 대선·2022년 지방선거까지 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성자필쇠(盛者必衰)는 역사의 이치라지만 '질서 있는 후퇴'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혼돈의 중심에는 이재명 의원이 있다.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이 의원이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전면에 재등판했으나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불과 5곳을 건지는 참패를 빚자, 과연 대선이 '졌잘싸(졌지만 잘싸웠다)'가 맞았느냐는 책임론까지 함께 제기되는 모양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재명 의원이 오는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에 도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참패를 통해 상품성에 흠집이 났는데 당권 도전이 가당키나 한 일이냐고 문제를 제기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나오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말아먹었기 때문에 오히려 (전당대회에) 나올 수밖에 없다.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며 "본인도 압도적으로 당선되고 광역도 8~9곳 건졌으면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되는데, 지금은 이재명 의원에 대한 물음표가 너무 많이 달렸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당권을 놓치면 (앞으로가)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8월 전당대회에 도전한다면 현실적으로 당권 접수가 유력하다. 대권주자는 이른바 비(非)대칭전력에 해당한다. 대권주자는 같은 대권주자로만 맞설 수 있을 뿐, 대권주자와 대권주자 아닌 사람이 선거나 경선에서 맞붙어서 대권주자 아닌 사람이 이기는 사례가 없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2·8 전당대회 때도 그랬다. 당권 접수에 나섰던 대권주자 문재인 전 대통령을 상대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기적의 레이스'라 불릴 정도로 강하게 맞섰지만, 끝내 문 전 대통령을 넘어서는데는 실패했다.


박지원 전 원장은 "당은 내가 책임지겠다"며 "문재인은 대권의 길을 가라"고 '대권·당권 분리론'을 내세웠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의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과 대적할 수 있는 강력한 당대표를 원한다.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1위가 누구냐"는 외침 한 방에 무너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특히 야당 전당대회에서 이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며 "야당 지지자들은 대권주자를 당의 얼굴로 세워, 그로부터 정권교체의 꿈과 희망을 얻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당원 하고 싶은대로 해'…황교안의 길
지방선거 폭망한 뒤 全大 통해 등장
장외집회·삭발·단식의 끝은 총선 궤멸
이재명, '개딸'들과 멸망의 길 걸을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019년 10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한국당 장외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당대표가 된다고 하면 이재명 의원의 앞에는 두 갈래의 길이 놓인다. 가장 최근에 차기 대권주자로서 총선 공천권을 가진 제1야당 대표였던 두 인물, 황교안 한국당 전 대표의 길과 문재인 새정치연합 전 대표의 길이다.


'황교안의 길'은 간명하다. 유력 차기 대권주자라는 위상을 바탕으로 당원들의 몰표를 얻어 당권을 접수한 뒤, 강성 당원들이 하라는대로 하고 싶은 것을 다해보며 지지층을 결집하다가 총선에서 참패하는 길이다.


한국당 2·27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전 대표는 책임당원 선거인단에서 55.3%의 몰표를 얻어 22.9%에 그친 경쟁자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을 압도했다. 당시 일반국민여론조사에서는 오세훈 시장이 50.2%를 얻어 황 전 대표(37.7%)를 앞섰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심을 바탕으로 선출된 황교안 전 대표는 이듬해 총선까지 1년여 동안 그야말로 '강성 당원 하고 싶은대로 다해' 수준의 모습을 보였다"며 "장외집회를 하라면 매주 장외집회를 열고, 삭발을 하라면 삭발하며, 단식을 하라면 단식을 했다"고 회상했다. 그 결과는 2020년 총선에서의 보수정당 역대 최악의 참패였다.


당시 한국당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경북지사 2곳만 건지는 대참패를 당한 직후였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펼침막을 내걸고 의원들이 로텐다홀에 꿇어앉았을 정도로 지방선거 패배 직후의 위기감이 지금의 민주당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 그러나 직후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이 선택한 게 '황교안 체제'라는 것은 아이러니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는 것은 정치적 레토릭"이라며 "말은 맞지만 당원들은 선거에서 져도 아무 것도 잃는 게 없기 때문에,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변화와 쇄신의 요구에 가장 둔감하고 가장 마지막으로 반응하는 게 당원"이라고 말했다.


6·1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 5곳을 건지는데 그친 민주당이 지금 당장은 반성과 성찰, 변화와 쇄신을 말하는 듯 하지만, 막상 전당대회가 소집되면 강성 당원들의 표심에 호소하고 저마다 강경 투쟁을 이야기할 공산이 크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재명 의원이 새 당대표로 선출되면 "세계사적 의미가 있다"고 언명한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과 함께 극단으로 치닫는 노선을 걷다가 총선 패배로 귀결될 위험성이 있다.


'차도살인 인적 혁신'…문재인의 길
혁신위 실패했지만…김종인 끌어들여
이해찬·정청래 잘라내 총선 승리 달성
"처럼회 다 쳐내야 달라졌단 말 나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16년 1월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의에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된 김종인 전 대표에게 공천권을 넘겨주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또다른 길은 '문재인의 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2015년 2·8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접수했다. 역시 마찬가지로 총선 1년 전에 공천권을 가진 대권주자 제1야당 대표가 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대표가 되자마자 김상곤 전 교육부총리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끌어들여 혁신위원회를 꾸렸지만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김상곤 혁신위의 실패는) 당연한 일"이었다며 "혁신에는 물적 혁신과 인적 혁신이 있는데, 물적 혁신에는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 천안함 폭침 인정 등이 있고, 저쪽 (보수)당이라면 5·18 참배나 세월호 유가족 위로 등이 있는 것인데 효과는 사실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보여지는 진정한 혁신은 당의 구성원을 물갈이하는 인적 혁신인데,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주소는 제대로 짚었는데 시기가 맞지 않았다"며 "이미 국회의원으로 당선돼있는 사람더러 '나가라'면 나가느냐. 인적 혁신은 딱 총선 공천 때만 할 수 있는, 시기가 정해져 있는 혁신"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인적 혁신'이 가능한 유일한 시기인 총선 시기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전 대통령은 총선 직전에 당대표를 내려놓고 '청부사' 김종인 전 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김 전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의 묵인 아래 이해찬 전 대표나 정청래 의원 등 국민적 이미지가 좋지 않던 인물들을 과감히 공천에서 잘라내는 '인적 혁신'과 개혁공천을 단행했다.


그 결과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민주당의 기적적인 총선 승리로 이어졌다. 민주당이 원내 1당이 되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듬해 대권을 거머쥘 수 있었다. 결국 이재명 의원도 당대표가 된다면 총선 때 얼마나 '개혁공천'을 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표는 자신과 같이 지도부를 구성했던 정청래 최고위원을 본인이 낙천시키면 강성 당원들로부터 욕을 먹으니까 김종인 전 대표의 손을 빌려 차도살인(借刀殺人)했던 것"이라며 "(이재명 의원도) 일단 당대표가 됐다가 총선 공천을 할 때쯤 돼서 빠지고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인적 혁신을 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김용민 의원은 지방선거 참패에도 (민주당은 중도 확장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당원과 지지층을 바라봐야 한다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인데, 그렇다고 이재명 대표가 김 의원 공천을 자기가 주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이재명 대표 본인이 주도권을 가지고 비상대책위원장을 모셔와서, 그 사람이 '처럼회' 공천 다 자르고 인적 쇄신을 해야 '민주당, 달라졌다'는 말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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