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내부통제 논란 도마
감사원 정기감사, 첫 시험대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 내정자 앞에 쌓여 있는 숙제는 산더미다. 제1금융권 시중은행에서 터져 나온 거액의 횡령 사건을 계기로 도마 위에 오른 금융권의 내부통제 시스템 논란을 해소해야 하고, 대규모 투자자 손실을 빚은 루나 사태의 재발 방지 방안도 내놔야 한다.
이런 와중 다음 달까지 진행되는 감사원 감사는 새 정부 금감원의 수장으로서 이 내정자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앞으로 금감원이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과제로는 우리은행에서 불거진 직원 횡령 사건의 후속 조치가 꼽힌다. 자금 관리에 누구보다 철저해야 할 대형 시중은행에서 개인이 회삿돈을 빼돌린 사고인 만큼, 금융권에 대한 전방위적 점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리은행의 차장급 직원 A씨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에 걸쳐 664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계좌에서 돈이 인출되는 정황과 이후 관리 상황 등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자체 조사와 더불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금감원은 사고 사실에 대한 보고를 받고 즉각 우리은행에 대한 검사에 돌입했다. 개인 직원이 그것도 6년에 걸쳐 자금을 빼돌리는 데도 은행 측이 이를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금감원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입장이다. 금감원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우리은행 종합검사를 벌이고도, 이 같은 횡령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사태가 드러나고 나서야 뒷북 검사에 나섰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의 폭락 사태도 금융당국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는 이슈다. 금감원은 루나 사태를 둘러싼 긴급 동향 점검에 나선 상태다.
테라는 코인 1개당 가치가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됐고 루나는 탈중앙화 금융 디파이 등에 쓰이는 테라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용도로 발행됐다. 그런데 최근 테라가 1달러 밑으로 추락하면서 루나도 동반 폭락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이번 사태와 관련한 검사·감독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아 테라 플랫폼에 자료를 요구할 수도, 직접적인 조치를 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코인 거래는 기본적으로 민간 자율에 맡겨져 있어 정부의 개입 근거가 없어서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투자자가 안심하고 디지털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한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주요국 중앙은행과 국제결제은행 등 글로벌 논의 동향을 충분히 고려해 정부안을 마련하고 내년에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런 와중 예정된 감사원 감사는 금감원을 크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대규모 횡령과 관련해 금감원의 감독 부실 여부를 들여다볼지 주목된다. 금감원은 이번 달 중순부터 다음 달까지 한 달 가량 감사원으로부터 정기감사를 받는다.
이에 앞서 정은보 전 금감원장은 우리은행 횡령을 둘러싸고 금감원에도 책임이 있다고 언급했다. 정 원장은 지난 달 18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내부통제를 운영하는 금융사뿐 아니라 그것을 외부감사 하는 회계법인, 그리고 이를 감독하는 금감원 모두 일정부분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대형 사고가 잇따른 와중 신임 원장이 자리하자마자 감사원 감사를 받아야 하는 금감원으로서는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