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개봉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 주연
'브로커'는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만드는 한국 영화로,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아이유), 배두나 등 정상급 배우들이 캐스팅돼 제작 단계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기대를 입증하듯 이 작품은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이 초청됐으며, 송강호에게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안겼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로, 그동안 '아무도 모른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어느 가족' 등을 통해 혈연으로 연결된 가족에서 벗어난 가족의 정의를 제안함과 동시에 일본의 사회문제를 수면 위로 올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번에도 '브로커'를 통해 가족과 생명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연출하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던 중 일본 내 입양 제도와 아기 우편함 시설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이후 비슷한 시설이 한국에도 존재하며 일본보다 입양 제도가 정착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소재는 일본보다 한국에 더 어울릴 것 같았고 송강호가 신부복을 입고 자상하게 아기를 안고 있지만, 뒤로는 아기를 팔아버리는 이미지를 떠올렸다.
"이 이야기의 출발점은 송강호 씨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강동원 씨는 2015년 '검사외전'으로 일본에 왔을 때 만날 기회가 있었고 만남이 이어졌죠. 배두나와는 2009년 '공기인형'을 함께 찍은 후 함께하고 싶었기에 세 명이 등장하는 플롯을 쓰게 됐어요. 이 시나리오를 본 강동원이 한국의 제작사를 연결시켜줬고요. 처음에는 꿈같은 이야기였지만 점자 구체적으로 실현이 됐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공기인형' 배두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통해 까뜨린느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 에단호크 등 외국인들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지만 한국 영화 연출은 처음이었다. 촬영 방식은 일본과 다르지 않았지만 의식적으로 배우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촬영 전 배우들에게 손 편지를 건네기도 했다.
"일본에서의 촬영 방식은 똑같습니다. 일본에서는 배우들에게 의식적으로 소통을 하고 연출 의도를 전하려고 해요.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죠. 좋은 연기를 봤을 때 외국 감독이라면 화려한 리액션으로 칭찬해 주지만 솔직히 우리 동양 사람들은 잘 못하잖아요. 저는 특히나 저는 그런 편인 것 같기도 하고요. 일본에서는 그런 리액션을 하지 않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외국에서 하는 작업이라 그 부분을 조금 의식했어요. 좋으면 좋다고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손 편지는 시나리오가 나온 단계에서 배우들에게 제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자랐는지 등 인물의 배경도 써서 드렸어요. 언어가 통하지 않는 만큼 손 편지로 마음을 전달하려 했습니다."
상현은 낡은 세탁소를 운영하는 인물이다. '어느 가족'에서 노부요(안도 사쿠라 분) 역시 세탁소에서 일하는 인물로 묘사된 바 있다.
"상현의 일하는 곳에서 특징적인 소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동수는 보육원에서 일하는 인물이니 그곳을 상현이 드나들 수 있어야 했죠. 음식 배달을 하는 직종일 수 있겠다 생각하는 중에 아기 기저귀 등 빨래를 하는 세탁소 업자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죠. 제가 생각하는 선택지 중에서 고민하다 나온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세탁소를 정말 좋아합니다."
'생명은 그 안에 결핍을 지니고 그것을 타인으로부터 채움 받는다'. 이는 '공기인형'에서 노조미(배두나 분)가 읇는 요시로 히로시의 '생명은'이라는 시 한 구절이다. '브로커'의 상현(송강호 분), 동수(강동원 분), 소영(이지은 분), 수진(배두나 분) 등 결핍을 가지고 있는 등장인물들을 보고 있자면 '공기인형'의 시가 떠오르기도 한다.
"베이비박스라는 작은 상자 안에 놓인 작은 생명을 보여주고, 그다음에는 브로커 상현과 동수, 어머니 소영이 타고 있는 봉고가 두 번째 상자입니다. 세 번째 상자는 사회라는 큰 상자죠. 마지막 세 번째 상자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도 있고요.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은 수진이죠. 그리고 배두나 입을 통해 표현이 되는 걸 보면 그런 비교도 재미있네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아이, 가족 등에 관한 영화를 주로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전에 소를 직접 키우는 아이들을 홈 비디오로 찍었던 적이 있어요. 그때 담임선생님께서 자연 풍광을 담는 다큐보다는 당신이 자란 도쿄에서 마주해야 할 문제를 담아야 하지 않냐고 따끔한 충고를 해줬어요. 때 아이의 모습을 보며 힐링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 충고로 인해 '내가 이럴 때가 아니구나'를 깨달았어요. 그 시점에 '아무도 모른다' 모티브가 된 사건이 일어났고요."
'브로커'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이후 범죄자들을 애틋한 사연으로 그려 엇갈린 평을 받았다. 이는 국내에서 개봉한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관객들 사이에서는 범죄자들을 향한 측은지심이 정당하냐는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일본에서는 범죄가 사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개인의 책임과 문제라고 생각해요. 범죄나 빈곤의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생각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봅니다. 그런 풍조가 일본 내 만연하고, 문제를 저지른 사람들의 권리 제한도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죠. 영화를 통해 제가 취하는 입장은 사건이나 범죄가 개인의 문제 외 어떤 요인이 있을까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비단 개인의 문제였을까요. 그래서 항상 사회적인 요인을 제 시야 속에 담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물론 범죄를 그대로 용인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범죄 자체는 잘못된 것이지만, 그 사람 존재 자체를 부정해야 한다면, 그건 또 아니라는 생각합니다. 상현도 이기적인 입장에서 아기를 팔려고 하지만 마지막에는 아기를 지키기 위한 행동을 합니다. 이 행동은 범죄라는 모순된 행위죠. 옳지 않은 행동이지만, 그런 선택을 했기 때문에 아기를 지킬 수 있었죠. 모든 의미에서 세 번째 상자 속에 상현을 들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이걸 이야기로 표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