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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는 게 답-물가②] 월급까지 터치한 정부, 최후 수단 ‘공약’ 손대나


입력 2022.07.07 05:30 수정 2022.07.06 14:38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23년 7개월 만에 6%대 물가 상승

유류세·관세·공급 확대도 안 통해

정부, 임금인상까지 걱정할 정도

“대통령, 선심성 공약 철회 필요”

물가가 연일 상승하는 가운데 서울시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한 시민이 당근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 물가가 연일 상승하는 가운데 서울시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한 시민이 당근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정부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갖은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으나 물가는 보란 듯 상승 속도를 높이고 있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6.0% 올라 23년 7개월 만에 6%대를 기록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을 연일 반복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 ‘긴급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물가 대책도 내놓았다. 돼지고기 등 먹거리 수입 관세를 낮춰 최대 20% 가격 인하를 기대했다. 유류세 인하 폭도 역대 최대인 30%를 넘어 법정 최대인 37%까지 늘렸다.


당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선 생활 밥상물가 안정을 위해 먹거리 수입, 생산,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식료품, 식자재, 원가 부담 완화를 추진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나섰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용산집무실 출근길에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며 ‘공급’ 중심의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일단은 물가가 공급 사이드에서 물가 상승 요인이 나오는 거기 때문에 공급 사이드에서 우리가 정부가 할 수 있는 이런 조치를 다 취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임금인상 문제까지 입에 올렸다. 추 부총리는 지난달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만나 “물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한 경쟁적인 가격·임금의 연쇄 인상이 물가·임금 연쇄 상승 악순환을 초래한다”며 과도한 임금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추 부총리는 “과도한 임금인상은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더욱 확대해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추 부총리 발언은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 인하로 대기업과 부유층에 혜택을 몰아주고 힘없는 직장인에게 물가 상승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노동계는 물론 여당에서도 추 부총리에게 발언을 자제할 것을 요구할 정도로 후폭풍이 일었다. 결국 추 부총리는 “임금을 올리지 말라는 것이 아니고 임금을 과다하게 안 올렸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지난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지난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추 부총리 발언을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면 그만큼 물가대책이 절박하다는 의미다. 정부가 물가상승을 이유로 민간 기업의 임금까지 신경 쓸 정도라면 이미 쓸 수 있는 대책을 다 동원했다고 볼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정책적 차원에서 추가 대책을 내놓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재정 정책을 확장 기조에서 긴축 기조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대통령 공약 가운데 일부를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불요불급한 선심성 공약을 철회하고 지출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1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발표하며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이전지출 증가가 수요 측면에서 최근 물가상승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유동성이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과 유사하게 늘어났는데, 정부의 이전지출 확대가 유동성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고, 이는 물가상승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참고로 이전지출은 재난지원금이나 기부금, 실업 수당 등 같은 생산 활동과 무관하게 대가 없이 지급하는 돈을 말한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대통령 선거에서 내놓은 선심성 공약을 철회하고 지출구조 개선에 나설 시점이라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병사 월급 200만원 인상, 부모급여, 기초연금 인상 등의 공약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임기 내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한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을 이행할 경우 최소 수조원의 자금이 시장에 풀리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아이를 낳은 부모에게 1년간 월 100만 원씩 1200만 원을 지급하는 부모급여 공약도 마찬가지다. 현재 30만원인 65세 이상 고령층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할 경우 물가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정부의 물가 관리는 우선순위에 따라 불가피한 지출에만 재정을 쓰되, 추가 세수를 확보해 추가 지출 총량 규모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대통령 공약 이행에 앞서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대응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줄이는 게 답-물가③] 물가 ‘올인’ 정부, 지원금 뿌리는 지자체에 난감…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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