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구성 협상 중단…'사개특위·과방위' 뇌관 급부상

'사개특위 구성' 합의에 9부 능선 넘겼지만

'권성동 인터뷰'에 민주당 일방 '협상 취소'

일각선 '과방위' 배분 관련 견해차 때문 주장

'국회공회전' 17일 종료 가능성에도 '먹구름'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의장실에서 비공개 원 구성 협상을 마친 뒤 의장실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9부 능선을 넘겼던 여야 '원구성 협상'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제21대 국회 후반기 원(院) 구성 최대 쟁점인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구성·운영에 대한 잠정 합의 사항을 언론에 노출했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에서는 사개특위는 물론이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배분과 관련해서도 여야 간 뚜렷한 간극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애초 합의했던 17일 이전 원구성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몇 차례 회동을 거듭하며 후반기 원구성 협상 관련 줄다리기 협상에 나섰다. 앞서 양당은 지난 12일 열린 첫 번째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제헌절인 오는 17일 안으로 원구성 협상을 마무리 짓고 40여일 넘게 멈췄던 국회를 재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 같은 합의의 여파로 실제 이날 협상에서도 양당 간 진전이 감지되기도 했다. 특히 원구성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국회 사개특위 운영과 관련해서도 한때 잠정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국민의힘의 주장에 따라 사개특위 위원 정수를 여야 각각 6명씩 동수로 하는 대신, 위원장은 야당인 민주당이 맡는 식으로 잠정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안건은 여야 합의로 처리한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넣어야 한다는 데에서도 대승적인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오후 5시께 원구성 협상은 제자리로 돌아왔다. 권 원내대표가 YTN에 출연해 "사법개혁특위 명칭을 수사사법체계 개혁특위로 명칭을 변경하고, 6대 6으로 하고, 위원장은 민주당이 맡되, 합의처리하는 것으로 변경해서 잠정적으로 합의를 한 상태"라며 "그 부분까지는 잠정 합의가 됐는데 모든 것을 일괄 타결하기로 했기 때문에 다른 부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 사개특위 잠정 합의도 무효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발언에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권 원내대표가 '일괄 타결 후 협상 결과 발표'라는 합의 내용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협상 내용만 언론을 통해 밝히며 협상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며 "원 구성 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갑작스런 협상 취소 이유가 '사개특위'는 물론 막판 쟁점으로 떠오른 '과방위-행안위 배분'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행안위는 경찰청을 과방위는 방송통신위원회를 피감기관으로 둔 상임위원회다. 각각 경찰국과 언론개혁 등 첨예한 사안이 얽혀있는 곳인 만큼 여야는 두 상임위를 두고 대립하는 구도를 형성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이들 상임위 위원장 분배 문제가 마무리지 되지 않으면 사개특위 운영과 관련된 잠정 합의도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지적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행안위와 과방위 중 한 곳을 야당이 갖고 나머지는 여당이 갖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민주당은 두 곳 상임위를 반드시 수성한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협상 완료도 안 됐는데 자기들 필요에 따라 생중계하듯 언론 플레이에 집중하면 무슨 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겠나"라며 "신뢰를 깨는 언론플레이에만 열을 올려서 이 문제가 어떻게 마무리되겠나. 이 문제에 대해 분명히 해명하고 수습하지 않으면 오늘 더 안 만나겠다고 했다"고 반발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갑작스럽게 반발한 이유로 '사개특위 구성'과 관련해 정의당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달리 사개특위 의원 정수를 국민의힘 6, 민주당 6, 비교섭단체 1명으로 하고 위원장은 민주당이 맡는 안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갑작스레 발표된 잠정 합의안에 정의당 등 비교섭단체가 제외된 만큼 '일괄타결' 이전에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는 것이 부담스러워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갑자기 발표된 이번 잠정 합의안에서 배제된 사실을 두고 정의당이 민주당에 섭섭해 했을 수도 있다"며 "상임위 배분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의당과의 관계가 껄끄러워 진걸 민주당이 부담스러워 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야가 사개특위와 과방위·행안위 등을 놓고 끝 모를 갈등을 이어가면서 제헌절인 오는 17일까지 원 구성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