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26조↑…135조 돌파
리스크 관리 '적신호' 우려
국내 은행권이 고객의 빚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대신 책임지겠다고 보증한 금액이 135조원을 넘어서며 5년여 만에 최대 규모까지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수출이 올해 들어 빠르게 회복되면서 관련 기업에 대한 보증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앞으로 수출에 먹구름이 드리울 것이란 관측이 짙어지면서, 빚보증을 둘러싼 은행권의 위험 관리에도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이 보유한 확정·미확정 지급보증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총 135조67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9% 늘었다. 액수로 따지면 26조1991억원 증가했다. 이는 2016년 말 기록인 143조389억원 이후 21분기 만에 최대치다.
지급보증은 표현 그대로 보증을 해준 고객이 돈을 갚지 못하게 됐을 때 해당 은행들이 이를 대신해 상환해주겠다고 약속한 돈을 의미한다.
은행별로 보면 기업의 수출을 지원하는 국책 금융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의 지급보증이 44조2465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6.0% 늘며 조사 대상 은행들 중 가장 많았다. 또 다른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의 지급보증도 15조3230억원으로 34.7%나 증가했다.
아울러 주요 시중은행의 빚보증이 많은 편이었다. 하나은행은 17조9215억원으로, 신한은행은 16조6655억원으로 각각 30.5%와 17.2%씩 지급보증이 늘었다. 우리은행 역시 12조2393억원으로, KB국민은행은 10조7510억원으로 각각 13.2%와 24.2%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은행권의 지급보증 확대는 수출 호조의 영향이 크다. 은행권의 지급보증 대부분이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어서다.
은행은 주로 신용장 거래를 비롯한 각종 무역거래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차입하려는 기업이 담보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급보증을 해 준다. 이에 따라 무역 거래에 문제가 생기거나 기업이 부도를 냈을 경우 지급보증을 한 은행이 돈을 변제하게 된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상반기 수출은 350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6% 늘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수출액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12대 수출 주력 업종 기업 15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올해 하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렇게 되면 은행권이 떠안아야 할 지급보증 리스크도 확대될 공산이 크다. 기업들은 수출 감소 요인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41.2%) ▲해상 및 항공 물류비 상승 등 공급망 애로(21.9%)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제 상황 악화(21.1%) 등을 꼽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출이 빠르게 악화할 경우 지급보증을 통해 은행권에도 악영향이 전이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인 위험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