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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우왕좌왕’ 한일전 참패, 그리운 나폴리맨 김민재


입력 2022.07.28 09:27 수정 2022.07.28 09:29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실패한 권경원 시프트 등 플랜B 되지 못한 수비로 일본에 0-3 완패

경기 내내 정리되지 않는 수비에 나폴리 이적한 김민재 떠올라

세리에A 나폴리와 계약하는 김민재. ⓒ 나폴리 SNS

한국축구가 '요코하마 참사' 이후 16개월 만에 또 일본 앞에서 참패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7일 일본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전(3차전)에서 일본에 0-3 대패했다.


지난해 3월 ‘요코하마 참사’로 불리는 원정 친선경기에 이어 2경기 연속 0-3으로 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벤투는 한국 축구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한일전 2경기 연속 0-3 패배’를 당한 감독이 됐다.


이번 대회서 중국-홍콩을 누르고 2승을 거둔 한국은 일본과 비기기만 해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지만, 우승은커녕 굴욕적인 패배로 팬들의 질타를 듣게 됐다.


동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기간에 열리는 대회가 아니다. 따라서 소속팀의 차출 의무가 없다.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황희찬(울버햄튼) 등 유럽파들이 합류하지 않은 이유다. 일본 역시 상황은 같다.


그래도 한국이 선수 구성상 일본에 우위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제대로 된 공격조차 펼치지 못했다. 유효슈팅은 1개(일본 8개)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수비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은 "우리도 최선을 다했지만 실수가 잦았다. 이런 경기에서 실수가 잦으면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평가하면서 “수비에서 많은 실수가 나왔다”고 꼬집었다.


원인이 된 것이 벤투 감독이 시도한 ‘권경원 시프트’다.


벤투 감독은 권경원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세우는 다소 무리한 실험을 감행했다. 권경원은 빌드업 상황 때 내려와 스리백을 구축했지만, 전방으로 향하는 그의 패스는 정확도가 떨어졌다.


일본 공격수들의 강한 압박에 볼을 빼앗겨 역습도 허용했다. 전반은 가까스로 무실점으로 버텼지만 후반에는 수비수들이 공간을 허용하며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내주며 3골이나 얻어맞았다. 후반 들어 일본은 한국 진영에서 마치 패스 훈련을 하듯 자유자재로 공을 주고받았다. 안정적인 볼 터치도 이뤄지지 않아 벤투 감독이 추구해온 빌드업도 무너졌다. 오히려 일본 공격수들의 강한 전방 압박이 들어오면 좌충우돌하거나 우왕좌왕하기 일쑤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 ⓒ KFA

수비라인에서 중심을 잡아줄 리더가 없다보니 벤투호의 수비는 갈수록 더 벌어지고 찢어졌다. 그럴수록 더 강하게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와 계약한 ‘대형 수비수’ 김민재다.


한일전이 열리고 있는 시각에 김민재는 나폴리와 계약 절차를 밟았다. 아시아 국가 수비수로서는 역대 최고 이적료를 기록했다. 나폴리는 김민재 영입을 위해 이전 소속팀 페네르바체에 1950만 유로(261억원)의 이적료를, 김민재에게 연봉 250만 유로(33억5000만원)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재는 첼시(잉글랜드)로 떠난 세네갈 국가대표팀 주장이자 세리에A 정상급 수비수 칼리두 쿨리발리의 대체자로 기대를 모은다.


몸싸움과 공중볼 경합에 능하고, 체격과 힘도 갖춘 ‘센터벽’ 센터백이다. 장신이면서도 스피드까지 갖췄다.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는 중앙 공격수로서 공격에도 가담한다. 엉망이었던 한일전에서 드러난 단점을 모두 커버할 한국의 대형 수비수다.


그러나 벤투호가 김민재만 떠올리고 있다면 미래가 없다. 벤투 감독은 역대 축구대표팀 가운데 최장 재임 기간을 보내고 있다. 김민재가 없을 때의 ‘플랜B’ 수비라인이 지금과 같은 수준에 머문다면 포르투갈, 우루과이 등 강팀을 상대해야 하는 카타르월드컵은 기대하기 어렵다.


“수비에서의 잦은 실수 대가” “일본이 이길 만했다” 등과 같은 핵심을 비껴나간 자평보다 통렬한 자성과 함께 절박함으로 수비라인을 다시 점검해야 할 때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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