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보다 베이비스텝 우세"
경기침체 우려..물가 고착화 변수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7일(현지시간) 두 번째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p인상)’을 단행했다. 미국이 두 달 동안 기준금리를 1.5%p 올리면서 한국과 미국 사이의 금리는 약 2년 반만에 역전됐다. 이에 따라 다음달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점쳐진다. 4회 연속 금리인상은 처음이다.
◆ "예상 부합...0.25%p 인상 적절"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75%p 올린 2.25~2.50%로 확정했다. 한은 기준금리 상단은 2.25%p로, 미국이 0.25%p 더 높아졌다. 다만 경제금융 전문가들은 예상했던 수준으로, 한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2.75~3.00%까지 높일 것이라는 기존의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한은 금통위는 다음달과 10월, 11월 세 차례 남았다.
국재 원자재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고, 한미 금리 역전까지 이뤄져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 속 현재로썬 빅스텝을 단행할만한 요인이 없다는 것이 근거다.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연준의 결정은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금통위 역시 베이비스텝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전날 서영경 금통위원은 ‘한은 금요강좌’ 참석 후 추가 빅스텝 단행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 연준의 FOMC 결과나 7월 물가, 8월 말 성장률과 물가 전망 등 데이터를 보고 빅스텝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지금으로선 0.25%p 인상 경로를 이어갈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국내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0.25%p씩 점진적 인상하는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공석이었던 금통위원 자리에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신성환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임명된 것도 이목이 집중된다. 이 총재를 제외하면 금통위원 6명 중 주상영, 서영경, 신성환 교수가 비둘기파로 분류되고 있다. 전원이 금리인상 기조에 공감하더라도 빅스텝을 두 번이나 단행하긴 어려워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FOMC 뒤 기자회견에서 물가 오름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여, 향후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한 것도 안도하는 부분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인상으로 미국 기준금리는 연준 추정 중립 금리인 2.5%에 도달했다”며 “지금부터의 금리인상은 중립 범위에서의 인상으로 다음 회의부터 긴축의 속도는 다소 신중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역대급 인플레, 빅스텝 한 번은 부족?
그러나 하반기 물가가 안정되지 않는다면 금리인상 강도를 다시 높일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비스텝을 유지하는 근거로 경기 침체 우려와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확대 등이 꼽히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피해는 이를 뛰어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상 첫 빅스텝까지 밟았음에도 기대인플레이션이 쉽사리 잡히지 않아 한은의 고민이 확대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7%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7년 7월 이후 가장 높다. 상승폭은 전월 대비 0.8%p가 뛰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에 대한 기대감이 높으면 실제 물가 압력도 따라갈 것이라는 염려다.
7월 소비자물가도 빅스텝 단행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0%로 외환위기였던 1988년 11월(6.8%) 이후 23년7개월만에 최고치로 집계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2월 3%대를 기록했지만 지속 상승하더니 이달 7%까지도 바라보고 있다.
1300원대가 넘는 환율도 빅스텝 단행의 명분을 쌓고 있다. 1년전 1150원 안팎을 기록하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00원을 돌파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고환율은 자본유출을 부채질하고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한미통화스와프 체결 등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고환율을 잠재우려면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접근이다.
다만,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외환위기때보다 양호해 우려할 만한 위기는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미국 물가가 고점에 도달하면 환율은 4분기 이후 1300원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