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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의 '답정너'식 이스타항공 회계 특별 조사[이슬기의 그런데]


입력 2022.07.29 07:00 수정 2022.07.29 05:04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자본잠식' 문제 삼는데…법적으론 전혀 문제 없어

이스타항공, 회생기업 특성상 회계 부실하지만…운영 위한 '현금 여력'은 충분

국토부, '괘씸죄' 묻지 말고 재운항 허가해야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이스타항공 본사 모습 ⓒ뉴시스

국토교통부가 결국 재운항을 준비하던 이스타항공의 날개를 꺾기로 작정을 한 듯하다. 이스타항공의 '자본 잠식 상태'를 이유로 이스타항공을 수사 의뢰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28일 '이스타항공 변경면허 발급과정 조사 결과'브리핑을 열고 "이스타항공이 완전 자본잠식 상태를 의도적으로 숨기려 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스타항공의 변경면허 신청 및 발급 과정에 대한 조사 결과, 이스타항공의 허위 회계자료 제출에 대해 수사 의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허위 회계자료 제출' 의혹을 근거로 특별 조사에 나선지 3주 만이다.


조사 결과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국토부 발표의 요점은 '이스타항공이 자본잠식 상태를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것인데, 자본잠식 여부가 항공사업자 면허 재발급이나 항공운항증명(AOC) 재발급과 사실상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점이 가장 걸린다.


국토부는 자본잠식이 면허 발급에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에 이스타항공의 허위자료 제출이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항공사업법 제8조 제1항 제3호는 '면허를 받으려는 자는 (중략) 해당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재무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니, 얼핏 들으면 맞는 말 같아 보인다.


항공사업법 시행령 제12조 별표·서식 ⓒ국가법령정보센터

하지만 '재무능력'에 대해 상세하게 규정한 항공사업법 시행령 제12조는 재무능력에 대해 '운항개시예정일부터 3년 동안 사업운영계획서에 따라 항공운송사업을 운영하였을 경우 예상되는 운영비 등의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재무능력', '운항개시예정일부터 3개월 동안 영업수익 및 기타수익을 제외하고도 해당 기간에 예상되는 운영비 등의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재무능력'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3개월 동안의 운영비용과 3년 동안의 사업운영계획이면 된다는 뜻으로, 자본잠식 상태를 이유로 '재무 능력이 없다'고 판단할 근거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항공사업법 제28조 제1항 3조는 '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원이 회생절차개시의 결정을 하고 그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항공사업법 제8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회생절차를 밟고 있던 이스타항공에게 '자본잠식' 여부가 중요하지 않은 이유다.


이 때문에 이스타항공 측이 국토부가 제기한 의혹에 '고의로 완전자본잠식 사실을 숨길 어떤 동기도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게다가 국토부의 주장대로 자본잠식 여부가 면허 재발급에 중요한 요건이라면, 자본잠식 상태이거나 자본잠식 상태를 거친 국내 대부분의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국토부의 이번 특별 회계 조사의 의도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토부의 조사 결과 발표 자리에서 "이스타항공의 전 사주로 횡령과 배임혐의로 재판 중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고려해 정치적으로 결정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온 것을 예사로 넘기지 말아야 한다.


회생을 거친 이스타항공은 현재 회계상으로는 어려워보이는 자본잠식 기업일지언정, 실제로는 몇백 억원의 현금을 회사 운영에 이용할 수 있는 상태다. 단기간에 급격하게 늘어나 자본잠식 상태를 초래한 결손금도 실제로는 재운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10년치 항공기 리스 비용' 등이 포함되며 생긴 '회계 착시'에 가깝다. 게다가 이스타항공은 지난 5월 유상증자를 통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도 벗어났다.


결국 현재 상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스타항공이 하루 빨리 다시 영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하루 하루 재운항을 기다리며 이스타항공은 매일 2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그런 이스타항공에 급여를 반납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500명의 직원과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1000여 명의 생계가 달려 있다. 그런데 국토부의 이번 조사로 '승자'가 된 사람은 이스타항공을 향해 '괘씸죄'를 물은 원희룡 장관과 일부 국토부 직원들 뿐이다. 납득할 만한 추가 설명을 내놓아야 하는 쪽은 오히려 국토부가 아닌가.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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